일주일 남짓 남겨뒀던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여론조작 의혹’에 휘말려 무산됐다. 단독으로 입후보한 총학생회장 후보와 부총학생회장 후보가 총학생회 집행부로 있던 시기에 불거진 문제 해결을 위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게시물과 댓글을 달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탓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후보자들은 5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번 선거에 단독 입후보했던 김다민 당시 부총학생회장과 소통홍보국장 등이 소속된 총학생회는 지난 6월 서강대 총학생회가 서울대 총학생회의 간식사업 포스터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학생회가 사과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듯 했지만 얼마 전 ‘서울대 총학생회가 논란이 끝난 직후인 6월 20일 프리픽 계정을 구매한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당시 총학생회가 조직적으로 학내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대 학생이 서강대를 ‘잡대’라고 비하해 갈등이 격화되자 총학생회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온라인에 게시물과 댓글을 올린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학내 언론이 공개한 채팅방 메시지에 따르면 김 후보는 채팅방에서 “총학생회가 왜 사과를 하냐” “서울대 모바일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총학) 입장을 올려라.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지시했다. 김 전 후보는 이후에도 계속 댓글 게재를 지시했고 추 전 후보도 이에 동의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두 후보가 속한 ‘내일’ 선거운동본부는 이날 관련 의혹을 인정하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학생 여러분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명백한 잘못”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내년 3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후보가 없어 투표가 미뤄진 것은 2010년대 들어 처음이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