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대전시티즌 인수…‘세금 먹는 하마’ 시티즌 명문 도약하나

입력 2019-11-05 16:24 수정 2019-11-05 16:27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허태정 대전시장(왼쪽부터)이 5일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대전시티즌 투자업무 협약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하나금융그룹이 K리그의 대표 시민구단이자 대전 연고의 프로축구 구단인 대전시티즌을 인수한다.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이 기업구단으로 전환됨에 따라 시티즌이 이른바 ‘세금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고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전시는 5일 오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대전시티즌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양 기관은 월드컵경기장·덕암축구센터 사용과 같은 세부사항을 조율할 협상단을 구성하고, 시티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8월 하나금융그룹에 ‘대전시티즌 투자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약 2개월간 협상을 벌여 왔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의 투자유치 요청을 수락하고,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대전시티즌을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하나금융그룹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유치의 핵심은 대전시티즌의 22년 역사와 정체성·전통성 계승, 대전지역 연고를 유지할 수 있느냐의 여부였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은 대전과 강한 연고가 있다는 점, 축구단 인수를 통한 한국축구 발전과 지역사회 공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를 결심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전시티즌의 1부리그 진출과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 육성’이라는 양 기관의 비전·목표가 일치했던 점 역시 투자유치 성공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은 한국축구의 오랜 동반자였다. 이번 인수는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한다는 의미와 기업의 공익적 역할을 더욱 강화한다는 뜻이 담겼다”며 “왜 대전이었는지 물으실 수 있다. 충청은행을 인수한 이후부터 지역은행으로서 대전시민·충남도민들이 주요 고객이었고,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주거래 은행으로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전시민의 사랑을 받고 시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프로축구 구단으로 만들겠다”며 “그렇게 되면 국제적 명문 클럽으로서 도약할 수도 있고, 우리 그룹이 꿈꾸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와 하나은행은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투자방식과 규모, 관련 시설 사용조건 등 세부사항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뒤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본 계약 이후 내년부터 하나금융그룹이 대전시티즌을 운영하기 되면 그동안 시가 대전시티즌에 매년 지원하던 70~8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시는 이 예산을 부족한 체육인프라 확충과 생활체육·전문체육 육성 확대 등 지역 체육 발전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본 계약까지의 주요 조율 사항은 시설이용에 대한 범위와 기존 선수·사무국 직원 들의 고용 승계 등의 문제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본 계약까지 시설이용이나 기존 소속선수·직원들의 고용 관련 문제 등이 논의 될 것이다. 투자규모 등의 내용은 하나금융그룹이 의지를 가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그동안 K리그에 없었던 새로운 기업구단 전환 사례이자 한국 축구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협약의 정신에 입각해 본계약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