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한·미공중훈련 계획대로”…韓측 “대대급 이하 연합훈련”

입력 2019-11-05 15:41
미국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가 2017년 12월 6일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양국 공군 전투기들과 편대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 이 비행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 일환으로 실시됐다. 공군 제공

미국 국방부가 오는 1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한국 군 측은 “2년 전과 같은 대규모 공중훈련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대급 이하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서는 축소·유예된 훈련이 계속되면서 연합대비태세가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연합공중훈련(Combined Flying Training)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2년 전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이 축소되기 전에 실시했던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이 계획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미 공군의 F-22 스텔스 전투기가 2017년 12월 실시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당시 광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는 모습. 주한미군 제공

하지만 한국 군 당국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대체훈련이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질런트 에이스는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외교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유예됐다. 대신 이를 대체하는 ‘공군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이 지난해 12월 4일간 실시됐다. 오는 12월 진행될 훈련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B-1B 등 미 전략자산 전개 없이 양국 공군 단독으로 진행하되 대대급 이하 공중훈련만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될 계획이다. 이스트번 대변인이 이번 훈련 명칭을 ‘비질런트 에이스’ 대신 ‘연합공중훈련’이라고 지칭한 것도 과거의 대규모 연합훈련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는 게 한국 군 당국 설명이다.

이번에 한·미 연합 공중훈련은 ‘데이터 링크(연결)’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아닌 다른 상공을 비행하며 한국 정찰기 등으로부터 실시간 식별되는 표적 정보 등을 보며 폭격 시나리오를 연습하는 것이다. 데이터 링크를 통해 한·미 양국 군용기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이미 입력돼 있는 북한 지역 주요 표적에다 실시간 수집되는 전장 상황까지 포함돼 있다. 군 관계자는 “데이터 링크 방식으로 한·미 군용기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동시에 한반도에 있는 것과 같은 훈련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은 대규모 한·미 항공 전력이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며 이동식발사대(TEL)와 장사정포를 비롯한 북한군 표적을 제거하거나 아군의 지상 전력을 지원하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숙달하는 훈련으로 진행됐다. 한·미 연합 공중작전 계획을 연습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발사한 바로 다음 달인 2017년 12월에는 B-1B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로 전개해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무장투하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미 공군의 F-22,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180여대가 훈련에 투입됐으며, 주·야간 타격훈련도 실시됐다.

미 공군의 F-35A 전투기들이 2017년 12월 진행된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 중 군산기지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는 장면. 주한미군 제공

북한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하며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이와 관련해 한·미가 연합훈련 유예 또는 축소 상황을 지속할 경우 “한·미 연합훈련이 계속 중단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북한에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미 공중 전력이 비행훈련에 제한을 받으면서 한반도 지형을 익히는 데 제한을 받는 등 연합훈련 효과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