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시장, 글로벌마켓 변신시키겠다더니…부산시 오염바닷물 방치

입력 2019-11-05 15:32 수정 2019-11-05 20:50

부산시가 ‘자갈치 수산 명소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수 여과장치를 포기해 입주 예정 상인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5일 시와 자갈치상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취수한 바닷물의 수질 개선을 위해 시가 설치하기로 한 수중 여과식취수장치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제했다. 이 장치에만 6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자 이를 백지화시켰다. 이로써 남항 바닷물이 여과 없이 그대로 회센터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건물 내 선어 및 활어에 이용하는 해수 수질은 수산용수 1급 수질이 필요하다. 바닷물 직접 취수는 일반적인 정온도 상태에는 사용할 수 있나 태풍이나 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등 수질이 갑자기 변하면 어류의 집단 폐사 위험성이 높아진다. 고수온·적조 발생은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자갈치 상인들은 사업 초기부터 지속해서 취수 바닷물에 대한 수질 개선 방안 마련을 요구해왔다.

해수 취수 지점이 오염물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취수지점은 남항 내 100여m 수면 아래 설치했다. 펌프장까지의 거리는 250m가량이다.

항 내 또는 해안 상가 밀집 지역 인접 해변에 설치한 해수 직수 유입 취수관은 오염된 해수가 그대로 사용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남항의 경우 인근 수리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쇳가루, 페인트, 분진 등이 비만 오면 흘러들고 있고 선박 계류장에서는 빌지(bilge, 선박에 쓰는 윤활유나 연료유가 배 바닥에 모여 있다가 바닷물이 섞여 생긴 폐수) 등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또 펌프실 인근에는 보수동~자갈치까지 흐르는 보수천이 해수면과 만나고 있어 오·폐수 유입도 우려된다.

직접 취수 장치로 변경함에 따라 펌프 보수와 교체 주기도 짧아진다. 해수 취수관 말부(스트레나)의 빠른 부식과 따개비 부착 등에 의한 관 교체에는 시간적·경제적 비용도 예상된다.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국내 바닷물과 수산물 등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는 등 바닷물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2000억원을 투입해 바닷물을 정화하는 기장 해수 담수화 시설도 놀리고 있는 마당에 예산을 이유로 해수 정화시설을 삭제한 것은 말이 안 된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남항 내 유람선 항로와 겹쳐 돌출형의 여과취수장치를 건설할 수 없었고 매립시공에 따른 공사비 증액이 불가능해 여과취수장치를 삭제했다”며 “선어와 꼼장어를 주로 취급해 크게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자갈치 글로벌 수산 명소화 사업’은 국내 대표 수산시장이자 주요 관광지인 자갈치시장 일대(남포동 6가)에 현대식 수산 먹거리 판매시설을 건립해 주변 노점상을 입주시킴으로써 식품 안전성과 위생수준을 강화하는 사업이다. 시는 보행로 확보 공사와 시푸드 테마파크, 홍보관 건립, 물양장(수심 4.5m 이하의 소형부두) 기반시설 등을 완성하면 국제적 명성에 걸맞은 해양수산 복합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