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들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위해 대학에 제출하는 ‘고교 프로파일’(공통고교정보)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가 금지된 스펙을 제출하는 ‘꼼수’로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등학교 2216곳 가운데 37.9%인 840곳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고교 프로파일을 제출하면서 대교협이 요구하는 필수정보 외에 추가 자료를 입력했다.
고교 프로파일은 고등학교가 대입을 위해 정리하는 ‘학교 자기소개서’이다. 대교협 공통양식은 학교 위치·규모 등 기본 정보부터 교육 목표, 교육과정 특징, 동아리 및 교내 시상 현황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국내 주요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 고교들은 학생부에 직접 기록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어학성적, 소논문 등을 고교 프로파일에 기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외국어고는 교내 수상은 기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텝스(TEPS)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으로 교내 상을 주고 이를 고교 프로파일에 명시했다.
한 고등학교는 학생부 기재가 금지된 대학교수와 연구 및 소논문 작성(R&E) 활동을 하고는 참여한 학생 명단을 고교 프로파일에 첨부하기도 했다.
대학 진학 실적을 기재한 학교도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상위권 대학에 몇 명을 보냈는지를 밝히면서 우수 고교라고 ‘어필’한 셈이다.
교육부 실태조사단 관계자는 “고교 프로파일이 이렇게까지 가 있는 것은 우리(교육부)도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실태조사 대상 중 5개 대학은 이런 정보를 활용해 특정 고교 이름을 입력하면 ‘원클릭’으로 해당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대학 자체 시스템에 ‘A고등학교’라고 입력하면 A고 출신 재학생이 몇 명인지, 이 학생들의 평균 학점(GPA)은 몇 점인지, 반수·재수 등으로 빠져나간 학생은 몇 명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교육부는 전했다.
5개 중 2개 대학은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같은 고교 또는 같은 학교 유형 출신 재학생들의 과거 내신과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고 있었다.
실태조사단 관계자는 “이런 시스템은 자사고·외고인지 일반고인지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원클릭 시스템을 가진 5개 대학의 지원자 1명당 평균 서류 평가 시간을 보니, 가장 시간이 짧은 대학은 평균 8.66분에 불과했다. 서류 평가 시간이 가장 긴 대학도 평균 21.23분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단은 “학종 평가에 개인의 성취가 아닌 특정 학교 또는 학교 유형의 후광효과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고교 정보 제공 방식과 대학 평가 시간 등에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홍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