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화성 8차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모(52)씨 측이 청구한 재심 개시 결정 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윤씨는 경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당시 윤씨를 수사한 수사관들로부터 강압수사와 관련한 특별한 진술은 듣지 못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씨 측이 다음 주 중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하는데 그 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청구 이후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과거 윤씨를 수사한 형사과에서 근무한 전·현직 수사관 30여명을 상대로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했지만 아직 특별한 진술을 받은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윤씨가 주장한 강압수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있으나 일부 전직 수사관들은 조사를 전면 거부하는 등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윤씨는 전날 이 사건에 대한 4차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윤씨의 재심 청구를 돕는 박준영 변호사는 윤씨와 함께 이 자리에 나와 “다음 주 중에 재심을 청구할 예정인데, 경찰이 그 전에 8차 사건만이라도 마무리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화성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가 10건의 화성사건 외에 추가로 자백한 4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하나인 ‘화성 실종 초등생’의 유골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당분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당시 초등학교 2학년 김모(8)양이 실종된 뒤 같은 해 12월 인근 야산에서 옷가지 등 유류품만 발견된 실종사건이다. 이춘재가 지난 9월 ‘화성 실종 초등생’ 사건의 김양을 살해하고 야산에 유기했다고 자백하기 전까지는 장기 미제 실종사건으로 분류됐었다.
경찰은 김양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는 차원에서 지난 1일부터 김양의 유류품이 발견된 야산이 있었던 현재의 화성 A공원 일대에서 유골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1차 수색 작업은 유골을 발견하지 못한 채 마무리했지만 수색범위를 넓혀달라는 유족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분간은 수색작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춘재가 자백한 살인사건 가운데 증거물에서 그의 DNA가 나온 것은 일부인데, 8차 사건을 비롯해 DNA가 나오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선 현재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