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당국자들 출석 거부로 민주당 탄핵 조사 차질 불가피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조사와 관련해 그동안 비공개로 청취했던 핵심 증인 2명의 증언을 녹취록 형태로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백악관 당국자 4명은 이날 하원 탄핵 조사에 불응했다.
하원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직 수석보좌관인 마이클 매킨리의 증언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증언 공개와 관련해 “탄핵조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전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모 아니면 도(go big or go home)”라면서 “당신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트위터로 올리고, 당신이 대통령에게 충성스럽지 않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것도 트위터에 올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 출신이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이 연루된 인물이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비공식 채널로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한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 관리들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미국 정치 문제에 우크라이나가 연계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줄리아니가 자신에게 해를 입히려는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경고도 우크라이나 관리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요바노비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약하고 우크라이나 정부 압박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지난 5월 경질됐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통화 녹취록을 읽고 “매우 충격을 받았고 깊이 우려했다”고 밝혔다. 또 ‘위협을 느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매킨리 전 보좌관은 “국무부가 정치적 임무에 이용되고 있다고 일부 생각했기 때문에 사임했다”면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미 외교관들의 임무를 약화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는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도 사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증언했다.
매킨리 전 보좌관은 “요바노비치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옹호 성명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후 이 문제를 놓고 폼페이오 장관과 세 차례 대화했으나 폼페이오는 침묵을 지켰다고 그는 증언했다. 더힐은 “폼페이오 장관이 탄핵 조사를 강하게 받을 행정부 관료 중 한 명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백악관 당국자 4명에게 증언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출석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출석 대상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보좌관인 로버트 블레어와 백악관 법률부고문이자 국가안보회의(NSC) 수석변호사인 존 아이젠버그 등이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이들을 증인으로 불러 미 의회가 이미 승인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을 왜 백악관이 보류했다가 뒤늦게 집행했는지를 캐물을 예정이었다. WP는 “백악관 당국자들의 출석 불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주당의 조사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외공방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증인들을 불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민주당 소속의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소환 거부는 조사 방해의 증거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