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의 싸늘함을 녹이는 따뜻한 음성. 뮤지컬 배우 임태경(46)이 데뷔 15주년을 맞아 아주 특별한 공연을 준비했다. 오는 12월 3~4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보이스 오브 윈터(Voice of Winter)’다.
임태경은 5일 서울 강남구 두원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겨울에 어울리는 노래 20~30곡을 엄선해 겨울 색깔을 흠뻑 느끼실 수 있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의 큰 홀을 멋진 음악으로 채워줄 밀레니엄오케스트라와 함께하게 돼 저 스스로도 굉장히 큰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서는 “세월의 흐름을 인지하게 되는 숫자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더 단련되고 발전한 배우가 됐는지 겸손하게 뒤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나의 전성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감도 생긴다”고 얘기했다.
“얼마 전 유럽에 갔다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선수들이 받는 신체검사를 받았는데, 제 신체 나이가 29세라더군요. 이렇게나마 ‘저 아직 건재해요’라고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지만(웃음), 굳이 말씀드린 건 여러분께서 다시금 정상을 향해 가고 있는 한 연주자의 질주를 보고 계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04년 1집 앨범 ‘센티멘탈 저니(Sentimental Journey)’로 데뷔한 임태경은 팝페라, 가곡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였다. 뮤지컬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스위니토드’ ‘모차르트’ ‘황태자 루돌프’ ‘팬텀’ ‘드라큘라’ 등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KBS2) 최다연승 기록까지 세우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단독 콘서트는 임태경의 15년 음악 인생을 총망라한다. 평소 즐겨 부르는 한국가곡, 팝페라를 비롯해 출연 뮤지컬의 대표 넘버,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곡들을 선보인다.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서희태가 지휘를 맡고, 남성 팝페라 그룹 ‘아르 더 보이스’도 출연한다.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김보경, 박홍주가 스페셜 게스트로 무대를 꾸민다.
마이클 리와 박홍주는 이날 기자간담회에도 함께했다. “한국 뮤지컬에 대해 잘 모를 때부터 ‘모차르트’에 나온 곡들을 많이 들어서 임태경 목소리에 익숙했다”는 마이클 리는 “2014년쯤 함께 공연할 기회가 생겼는데 첫 연습 때부터 반했다. 굉장히 철저하게 준비를 해 다른 배우들의 수준까지 높여주는 훌륭한 배우더라. 이번 콘서트에 참여해 임태경을 응원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박홍주는 “임태경 선배와는 2009년 뮤지컬 ‘겨울연가’에서 남녀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는데, 일본 초연 때 기억이 선명하다. 서로 마주보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이 너무 촉촉하더라. 노래를 눈으로도 표현하는 사슴 눈망울을 갖고 계시구나 생각했다”면서 “워낙 완벽함을 추구하시는 스타일인데, 그 명품 보이스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임태경은 “지금까지 꽤 많은 공연을 열었는데, 이번 콘서트는 좀 더 특별하다. 저는 보통 게스트를 많이 모시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며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 뮤지컬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 함께했을 때 나오는 나의 다른 색깔도 보여드리고 싶더라. 관객 여러분께 진수성찬을 차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게스트들을 모셨다”고 했다.
“가까운 친구일수록 오래 안 봐도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잖아요. 제가 여러분께 그런 베스트 프렌드였으면 좋겠습니다. 늘 믿음이 가고 생각이 나는 목소리를 가진 친구로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성과 애정을 듬뿍 담아 이번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