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文-아베’ 만남 폄훼… “文, 미국 향한 보여주기”

입력 2019-11-05 11:25 수정 2019-11-05 11:33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일본 주요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즉석으로 한·일 정상 간 환담을 제안한 것을 두고 ‘보여주기’라며 폄훼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 선언으로 미국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자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여주려 했다는 주장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일 청와대가 이번 만남은 ‘환담’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대화 성과를 강조한 것은 미국을 의식한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미국이 지소미아를 유지를 요구하고 있어 일본과의 대화 자세를 미국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문 대통령이 환담에서 대화를 강조한 것은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이 대화가 가능한 관계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 아베 총리와의 대화를 추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내우외환으로 더 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는 “한국 측이 이날 호의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배경에는 대통령 임기 5년의 반환점을 맞아 내정도 외교도 곤란한 상황에 맞닥뜨린 측면이 있다”며 “내년 4월 총선 전에 일·한 관계에서 성과를 내는 것에 쫓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징용공 소송에서 문 대통령도 쉽게 양보할 수 없어서 관계 개선의 길은 먼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일본 측은 이번 만남에 소극적이었다는 것도 강조했다. 또 다른 일본 관료는 “아베 총리가 도망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문 대통령의 대화(환담)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환담에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이 없었으니 상황이 움직이지 있지 않고 있다”고 요미우리에 말했다.

니시무라 아키히로 관방부장관이 전날 정상 환담 이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을 두고 양국 간 발표 내용의 차이를 부각하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니시무라 부장관이 일본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가) 종래대로 외교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가겠다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설명하며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고위급 협의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노력하자’는 답을 했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