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상징 베를린 검문소에서 미군 분장한 배우들 사라진다

입력 2019-11-05 11:17

독일 베를린시 당국이 냉전의 상징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미군 경비병으로 분장하고 관광객들과 기념사진을 찍던 배우들을 쫓아내기로 했다. 이들이 관광객들에게 불법으로 돈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베를린시 당국은 체크포인트 찰리에서 퍼포먼스를 해오던 단체 ‘댄스 팩토리’의 공연 허가를 취소했다고 영국 BBC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1년부터 90년까지 베를린 장벽에 설치됐던 검문소 중 하나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연합군 장병과 외교관, 외국인, 여행객이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검문소였다. 때문에 냉전 시절 브란덴부르크 문과 함께 독일 분단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통했다.

체크포인트 찰리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뒤 이듬해 6월 철거됐다. 다만 그 자리에 당시 검문소를 본뜬 초소가 대신 세워져 관광 명소가 됐다. 이후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미군 복장을 한 배우들이 이곳에서 퍼포먼스를 하며 관광객들을 상대해왔다.

시 당국이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배우들이 관광객에게 돈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베를린시에서 공연을 하고 돈을 받기 위해서는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들은 그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초 이들은 관광객들에게 자발적인 기부금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변장을 하고 잠행 수사를 해본 결과 4유로(약 5100원)의 사례금을 요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BBC에 따르면 베를린 시민들은 체크포인트 찰리 등 분단의 상징이 마치 디즈니랜드처럼 개성 없는 관광명소처럼 변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겨왔다고 한다. 이에 앞서 로마시 당국도 2015년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등 관광명소 인근에서 로마 병사 복장을 하고 관광객과 사진을 찍던 배우들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