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에 선 ‘프듀 X’ 제작진…엠넷 “물의 일으켜 깊이 사과”

입력 2019-11-05 11:07 수정 2019-11-05 11:52
투표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프로듀스 X 101'의 안준영 PD가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딱 10년 전 일이다. 2009년 엠넷이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는 방송가와 가요계를 뒤흔든 그해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다. 방송가에는 이 프로그램을 모방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슈스케 출연자 중엔 ‘슈퍼스타’로 발돋움한 가수가 쏟아져 나왔고,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케이블채널의 위상 역시 크게 높아졌다.

슈스케를 통해 쌓은 엠넷의 노하우는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이어졌다. 팬덤이 강한 아이돌 시장을 공략한 이 프로그램은 2016년부터 매년 방송됐고, 새로운 시즌이 전파를 탈 때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엠넷은 10대와 20대가 가장 즐기는 채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엠넷이 10년간 쌓은 공든 탑은 올해 들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난 7월 종영한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 X)이 투표 조작 의혹에 휘말린 게 치명적이었다. 프듀 X를 연출한 안준영 PD 등 제작진에게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안 PD는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엠넷이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논란에 휩싸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작진은 특정 출연자에 유리하거나, 불리한 화면을 편집하는 방식을 자주 사용해 입길에 오르내리곤 했다. 방송이 끝날 때면 득표수와 관련된 의혹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특정 기획사 연습생을 더 자주 노출시켜 비난을 사거나, 10대들의 성(性)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빛나는 성공이 이런 논란을 가려버리곤 했다. 문제는 올여름 프듀 X에서 시작된 조작 의혹이 ‘아이돌 학교’를 비롯해 엠넷의 전작들로 확산되면서 과거의 의혹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습생이나 일반인에게 가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당분간 극심한 침체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엠넷은 제작진이 구속 기로에 선 것과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프듀 X를 사랑해주신 시청자와 팬,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안 PD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투표 조작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겠다”고만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