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헬기 수리온 운항중지…육군 “진동 등 이상징후 포착”

입력 2019-11-05 11:04 수정 2019-11-05 12:04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뒤쪽)이 2017년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7(서울 ADEX 2017)'이 열린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CN-235 공군 수송기 너머로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 성남=이병주 기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운항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조종사가 다치거나 헬기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리온 기체에서 ‘미세한 진동’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육군은 “4일 오후 5시50분쯤 육군 모 부대 소속 수리온 헬기 1대가 강원도 양구 일대에서 훈련 중, 원인 미상(미확인)의 미세한 진동 등 이상 징후가 포착돼 매뉴얼에 따라 양구군 일대 군 비행장에 예방착륙을 실시했다”고 5일 밝혔다. 이어 “현재 탑승 조종사 및 헬기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으나, 육군은 선제적 예방조치로서 해당 기종에 대해서 운항 중지 명령을 4일 오후 9시부로 하달했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국민DB

수리온은 유럽산 헬기의 설계 도면을 기반으로 여러 국가의 부품을 조립해 제작한 헬기다. 미국산 엔진에다 유럽산 기어박스가 연결돼 있다. 기어박스는 엔진 동력을 회전날개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수리온의 회전날개는 국산이다. 정부는 국산 수리온의 수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국군의 날 기념식 당시 수리온을 타고 행사장인 대구 공군기지로 이동한 바 있다.

앞서 수리온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리온 10여대를 필리핀에 수출하는 25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을 추진하던 상황에서 마린온 추락사고 여파로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방한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 연병장에 착륙해 있던 수리온 조종석에 직접 탑승해 보며 큰 관심을 보였지만 뜻밖의 변수에 막힌 셈이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해 6월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연병장에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탑승해 성능과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내리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필리핀 정부는 수리온 구매를 검토해 왔다. 뉴시스

해병대의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은 수리온을 함정 탑재가 가능한 해군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앞서 마린온 1대는 지난해 7월 17일 회전날개(메인로터)가 부러져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해병대원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청와대 측은 마린온 추락사고 바로 다음 날 “수리온 헬기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