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12월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 반응
익명 요구한 전문가 “국정원의 기대 섞인 전망” 주장
난데없이 제기된 12월 북·미 정상회담 설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발단은 국가정보원을 대상으로 4일 열렸던 비공개 국정감사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브리핑에서 “김정은은 12월 (북·미) 정상회담을 정해놓은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자 국정원은 “스톡홀름 실무회담에 이어 다음 북·미 실무회담이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까지는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의 회담 시기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12월 북·미 정상회담 설에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의 12월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갑자기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불쑥 튀어나온 배경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한국의 국정원이 자신들의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놓은 것 아니냐”며 국정원의 의도를 의심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물밑대화에서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북한이나 미국 모두 상대방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북·미 양측의 입장 차가 너무 커 12월은 물론 내년 초에도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우스 국장은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모두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 딜’과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경우 정치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자신에 대한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더욱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미국 전문가는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중심으로 모종의 움직임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 인사들과 접촉할 때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전한 국정원의 분석은 현실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으로 갖고 오라고 요구한 시한이 올해 말이기 때문에 북·미 간의 힘겨루기가 현재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미국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국정원의 설명과 달리 북·미 실무협상의 12월 개최도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중요한 진전이 없으면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기 때문에 연내에 실무협상 없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