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의혹’ 코오롱생명 임원 2명 구속영장 기각된 이유

입력 2019-11-05 05:37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제조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김모 상무(왼쪽)와 조모 팀장이 인보사 품목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성분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위자료를 제출해 정부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제조사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이 구속 위기를 면했다.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인 4일 코오롱생명과학 김모 상무와 조모 팀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범죄혐의 소명 정도와 수사 진행 경과를 봤을 때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신 부장판사는 또 “수집된 증거자료의 유형 및 내용과 관련한 행정소송 및 행정조사의 진행 경과, 피의자들의 지위 및 업무 현황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영장 기각 사유에 도주나 증거인멸 등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제출된 자료로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 결정적인 기각 사유가 됐다. 때문에 향후 검찰 수사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강지성)는 지난달 30일 김 상부와 조 상무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상무는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조 이사는 임상개발팀장으로 두 사람이 인보사 제조·허가 과정을 주도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상무 등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 고의로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애초 계획과 달리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김 상무 등이 알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05년 9월 임상시험 승인 신청 후 2016년 7월 제조판매품목 신고를 했다. 그러나 올 3월 식약처가 약의 세포 성분이 다른 것을 확인하고 유통과 판매를 중단하면서 인보사 사태가 시작됐다. 인보사는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되는데 미국판매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 세포가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장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코오롱 측은 개발 때부터 성분은 같았고 이름만 잘못 알고 있었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가 없다고 해명해왔다. 식약처는 5월58일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 뒤 같은 달 코오롱생명과학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코오롱생명과학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6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 코오롱티슈진, 식약처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이날 검찰이 관계자들 신병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와 그동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 등을 자세히 분석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