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시위로 전환된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다섯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누그러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날로 격화되는 시위에 홍콩 경찰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 6월 9일 시작된 이후 경찰에 체포된 시민의 수가 갈수록 늘어 지난달 31일 3007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달 5일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시점을 전후로 체포된 시위대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 하루 평균 15명 정도에서 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쏘는 최루탄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탄이 영국산에서 중국산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홍콩 수인대학 학생으로 시위 현장에서 응급구조요원으로 활동한 S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화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홍콩 도심 완차이 지역 시위 현장에서 부상자들을 돕던 S씨는 갑작스레 날아온 최루탄에 등을 맞아 3도 화상을 입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홍콩 빈과일보는 “영국 정부가 홍콩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최루탄 수출을 중단한 뒤 홍콩 경찰이 중국산 최루탄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중국산 최루탄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최루탄보다 연기의 농도가 훨씬 짙고, 최루탄이 터질 때 고열을 발생시켜 시위자가 이에 맞을 경우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빈과일보는 “실제 측정 결과 중국산 최루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열의 온도는 252℃에 달했다”며 “시위 현장 주변 가게 간판의 페인트가 최루탄에 맞아 녹아내리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SCMP는 이날 새벽 2시쯤 홍콩 정관오 지역 시위 현장에 있던 홍콩과기대학 학생 차우씨가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지상 주자창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사고로 인해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뇌출혈이 발생하면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2차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차우씨가 수술 후에도 식물인간이 되거나 뇌에 영구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콩 행정 수반인 케리 람 행정장관은 중국 중앙정부의 ‘본토 소환령’에 따라 오는 6일 베이징으로 불려가 공산당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한정 정치국 상무위원 겸 부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홍콩 사태 관련 중국 중앙정부의 추가적인 강경책 발표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