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70억 들이고 허탕만… 文정부 ‘사회적경제 활성화’

입력 2019-11-05 10:10 수정 2019-11-05 10:1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5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경제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중심 경제'와 '포용국가'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민·관 협치 강화’ ‘부서 간 칸막이 해소’ ‘서류 간소화’ 같은 상투적인 내용을 앞세운 ‘사회적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인 사회적경제 활성화 사업이 부진해지자 새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이나 일자리 육성 방안 없이 기존 제도를 약간 고치는 데 그쳐 체감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역 공동체의 사회적경제 추진역량 제고방안’를 발표했다. ‘지역의 추진기반 공고화’ ‘현장 활동 지원’ ‘지역별 특성에 맞는 환경 조성’ 등 3개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60개 과제를 나열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 현장의 사회적경제 정책 추진체계가 미흡했고, 현장 활동 지원을 위한 여러 정책이 지역 실정에 못 미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할만한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경제를 외친지는 오래됐지만 아직 일반 국민의 인식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은 행정적인 개선에만 치우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는 빈곤 및 소외극복, 일자리 창출 등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그런데도 정부 청사진은 장황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자치단체와 지역 현장 추진기반을 구축하고 현장 중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자신했다. 이어 “지역 현장의 공동체가 정부 유관 정책에 참여하도록 개선하고, 정책・사업을 주기적으로 안내하는 한편, 기반 마련과 역량 강화를 위해 다양하게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행정 체계를 간소화한다’는 내용을 세세히 열거했다. 조례, 조직, 담당자 등 자치단체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민・관 협치기구를 제도화하며, 현장 접점의 중간지원기관 운영을 개선한다는 식이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외쳐온 ‘부서 간 칸막이 없애기’도 대책으로 재탕했다. 웬만한 정책에 감초처럼 끼는 ‘민·관 협력 강화’도 포함했다. 정부 지원책마다 빠지지 않는 유휴시설 대여·판로 지원 확대 같은 형식적인 대안도 되풀이됐다. 모두 구체적인 내용은 빠진 구호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부진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다. 제도가 아닌 시장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사회적경제 정책인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의 부진이 대표적이다. 앞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이 사업에 대해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상태에서 일자리 만들기 예산이 집행됐고, (지자체로선) 돈을 안 쓰면 바보가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해당 사업은 각 지자체가 청년을 고용한 기업들에 대부분의 인건비를 댄다. 하지만 편의점과 카페는 물론 구멍가게에까지 지자체 지원금을 주면서 ‘눈앞의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해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정작 사회적기업들은 청년들이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며 지원조차 하지 않아 채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준비가 안 됐는데 정부가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체감 성과 없이 잡음이 잇따르는 데도 정부는 추상적인 수치를 내세워 성과를 자축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사회적경제 분야 기업 수가 2만4893개로 전년 대비 11.4% 늘었고, 관련 일자리도 25만여명으로 4.2%가 늘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들인 정부의 올해 주요 재정은 총 7170억원에 이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