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차체 ‘못 쓴 돈’ 69조”…과천→안산→시흥→강남구 순↑

입력 2019-11-04 21:57
연합뉴스

지방정부가 세금을 쓰고 남은 돈이 최근 5년간 90% 넘게 급증해 지난해 69조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과천시(82.1%), 안산시(56.7%), 시흥시(52.4%), 서울 강남구(51.9%), 전남 무안군(51.8%) 순이었다. 이들 지자체는 해당 규모만큼 주민들에게 행정서비스를 더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4일 전국 243개 기초·광역자치단체 결산서를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결산 기준 지방정부 세입은 362조원, 세출은 293조원으로 세계잉여금 69조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계잉여금은 세입에서 세출을 뺀 것으로 지자체가 예산을 배정했으나 회계연도 안에 다 쓰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세계잉여금에서 다음 해로 이월되지도, 보조금으로 반환되지도 못하고 순수하게 남은 금액을 뜻하는 ‘순세계잉여금’은 지난해 35조원이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작년까지 최근 5년간 세계잉여금은 91%, 순세계잉여금은 116% 증가했다며, 그만큼 내수에 악영향을 미치고 주민 대상 행정서비스가 부족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 총지출을 1조원 늘리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당해연도에 4500억원 증가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를 고려할 때 지난해 세계잉여금이 모두 실질 총지출을 늘리는 데 쓰였다면 지난해 GDP가 약 31조원 증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 GDP 규모의 1.7%에 해당한다.
잉여금은 광역자치단체보다 기초자치단체가 더 많았다.

세계잉여금의 경우 광역단체는 16조2000억원으로 세출 대비 10.9%를 차지했으나 기초단체는 세출의 36.3%에 해당하는 52조5000억원이었다. 순세계잉여금 역시 광역단체는 9조1000억원(세출 대비 비율 6.1%), 기초단체는 25조9000억원(17.9%)이었다.

기초단체 중 20곳은 순세계잉여금이 세출의 3분의 1을 넘었다. 순세계잉여금 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과천시(82.1%), 안산시(56.7%), 시흥시(52.4%), 서울 강남구(51.9%), 전남 무안군(51.8%) 순이었다. 다만 과천시와 시흥시 등 일부 지자체는 일회성 분양수입 증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순세계잉여금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원으로 발생 규모만큼 주민들이 그만큼의 행정서비스를 못 받게 된 셈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자체 잉여금이 급증하는데도 행정안전부는 관련 통계도 없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재정수지가 높은 지자체에 재정 건전성 평가를 좋게 하는 등 잉여금 발생을 오히려 독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