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헬기 블랙박스 담긴 꼬리부분 발견…실종자 수습 마친 뒤 인양 시작

입력 2019-11-04 19:48 수정 2019-11-04 19:58
4일 경북 포항신항 해군부두에 세워진 청해진함에서 해군 측이 독도에서 추락해 인양한 소방헬기 동체를 특수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인근 해역에서 추락한 소방헬기의 사고 원인을 밝혀줄 블랙박스가 장착된 헬기 꼬리 부분이 발견됐다.

해군은 4일 오후 동해지방해양경찰청에서 진행한 현장설명회에서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 블랙박스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 꼬리 부분을 발견했다”며 “실종자 수습을 마친 뒤 헬기 꼬리 부분을 인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꼬리 부분은 동체로부터 114m, 수심 74m 지점에서 발견됐다. 해군 관계자는 “소방에 문의한 결과 꼬리 부분 ‘중앙119구조본부’라고 쓰여있는 부분에 블랙박스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수색 당국은 꼬리 부분의 손상이 심하지 않은 만큼 이 장치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밝혀줄 핵심 단서가 될 전망이다.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이륙 후 헬기 조종사가 본부와 교신했거나 교신을 시도한 내용, 기체의 이상 징후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수색 당국은 실종자 수색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고 닷새째인 4일 수색 당국은 오전부터 함선 14척과 항공기 등을 사고 해역에 투입해 해상수색에 나섰다. 독도경비대와 소방대원들은 독도 인근 해안가에 드론 2대를 이용한 정밀수색을 진행했다. 오후 4시쯤 사고 인근 해역의 바다 상황이 좋아지면서 지난 2일 오후 1시30분부터 중단했던 수중 수색을 다시 시작했다.

소방청은 사고 희생자의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다. 수색 당국은 지난 2일 이종후(39) 부기장과 서정용(45) 정비실장의 시신을 수습해 3일 대구 동산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신원이 확인됨에 따라 합동분향소 설치 등 장례 절차에 관한 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추가로 시신을 수습하지 못해 아직 장례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119구조본부 관계자는 “장례 절차는 우리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며,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신이 안치된 동산병원 백합원이나 임시 거처로 마련된 대구 강서소방서에는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과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이 부기장의 어머니 김모(62)씨는 “사고 며칠 전 아들이 손자 생일상을 차린 사진을 가족 단체채팅방에 올렸다”며 “참 예쁘게 사는 아이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일부 유족들 사이에서 ‘펑’ 소리 후 소방헬기가 추락하는 영상을 수색 당국이 보여줬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소방청은 “그런 영상을 보유하고 있거나 가족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사고가 난 소방헬기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26분쯤 독도 인근 해상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와 보호자 1명, 소방대원 5명 등 7명을 태우고 이륙한 뒤 2∼3분 만에 인근 200~300m 지점 바다로 추락했다.

동해·대구=서승진 최일영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