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학자가 칼럼을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직접 나서 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일을 반드시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 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오피니언 면에 ‘공포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욱일기는 도쿄올림픽에서 반드시 금지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2028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개막식에서 관중들이 ‘남부 연합기’를 흔드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며 “만약 일본 국민들이 내년 여름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내건다면 비슷한 상처와 아픔을 주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부 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유지를 주창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기로 현재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시위 등에서 사용해 인종차별 및 극우의 상징으로 통한다.
더든 교수는 욱일기의 정의를 명확히 했다. 그는 “욱일기는 국기가 아닌 군용기”라며 일장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욱일기는 180년부터 2차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까지 일제의 전쟁기로 쓰였고, 1954년 이후로는 일본 해군인 해상자위대를 상징하는 군용 깃발이었다는 지적이다.
더든 교수는 일본 제국주의 아래서 피해를 입은 한국 정부가 먼저 욱일기 사용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일본 측이 ‘정치적 표현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며 욱일기 사용 금지 요청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며 “IOC 위원들은 오늘날 일본에서 욱일기가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사용되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2차대전 중 일제의 침략 역사를 정당화하려는 목적에서 일본 우익들이 욱일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2차대전을 ‘해방전쟁’으로 표현하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 단체가 운영하는 웹사이트·혐한 웹사이트 등지에서 욱일기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일제와 함께 추축국을 이뤘던 독일의 경우 침략 역사를 상징하는 ‘나치 문양’(하켄크로이츠)이 엄격히 금지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욱일기가 자유롭게 사용돼 일본군 피해자와 그 후손들이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다.
더든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역사학자, 활동가, 시민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파헤쳐왔다”며 “도쿄올림픽에 대한 우려와 보이콧 요구가 한국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중국, 싱가포르, 필리핀, 필리핀으로 퍼지기 전에 IOC는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제로부터 피해를 입은 생존자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 IOC가 욱일기 금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