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국내 ‘도심 이동성’ 주목한다

입력 2019-11-05 04:00
자동차 산업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 모빌리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이 발달하고 있다. 시장 포화로 자동차 판매량은 줄고, 환경 문제와 공간 제약 등으로 공유 경제는 활성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빌리티 서비스업체’로 진화 중이다.

독일 다임러 그룹의 자회사 다임러 모빌리티 AG는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 제공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상위권을 차지하던 제조사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이 머지 않아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인지도와 기술을 기반으로 업체들이 국내 시장 진출을 시작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것이다.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독일 다임러 그룹의 자회사 다임러 모빌리티 AG는 지난달 국내에 메르세데스-벤츠 모빌리티 코리아(MBMK)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모빌리티 사업을 전개할 계획을 밝혔다. MBMK는 프리미엄 장기렌터카 사업을 우선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BMW 그룹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써밋 갤러리에서 ‘다이얼로그 2019’ 행사를 열고 도심 이동성에 대한 그룹의 전략을 발표했다. BMW 그룹에서 기업 전략 지능형 도시 및 도시 수요 경영 부문을 담당하는 컬스틴 미어발트는 “인천공항에서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교통체증 문제를 비롯해 모빌리티와 관련된 여러 이슈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독일 대도시도 마찬가지지만 서울의 규모가 독일 대도시보다 크기 때문에 문제도 더 클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룹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도시 내 교통량의 증가와 함께 소음 공해 및 대기 오염의 급격한 증가, 교통체증 심화와 더불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그룹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도시 이동성을 편입시키고 전세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 BMW 그룹에서 기업 전략 지능형 도시 및 도시 수요 경영 부문을 담당하는 컬스틴 미어발트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써밋 갤러리에서 열린 '다이얼로그 2019'에서 도심 이동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BMW 그룹 코리아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미래 모빌리티 협업 생태계 전략의 일환으로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의 개발자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를 출범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현대차그룹은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맞춘 고객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을 비롯한 국내 대도시는 도심 모빌리티 사업을 시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고 기술과 서비스를 도입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기욤 프리츠 MBMK 대표이사는 “한국은 혁신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시도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장”이라며 “고객의 편의와 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내에 프리미엄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BMW 그룹의 경우 국내 진출 전략이 수립된 건 아니지만 다이얼로그 행사에서 “서울 시민,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건 완성차 제조사만은 아니다. ‘타다’를 비롯한 차량호출 서비스가 국내에서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 모빌리티 기업인 중국의 디디추싱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디추싱은 한국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같은 택시 플랫폼 서비스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도 해외 업체들의 공략은 이어지고 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업체 빔, 미국 캘리포니아 기반의 스타트업 라임 등이 이미 국내에 진출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일 “대도시에서 개인마다 원하는 이동수단이 다르기 때문에 차량 공유, 차량 호출, 개인 모빌리티 등 여러가지 서비스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시장 규모가 형성되면 더 많은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