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력은 어떻게 보상받나”…성적장학금 폐지로 술렁이는 서울대

입력 2019-11-04 16:00

서울대가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장학 지원을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은 논의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성적장학금을 곧바로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재학생들 커뮤니티에는 최근 ‘교내 장학금 지급방식 변경(안)’이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이 올라왔다. 이 문서에 따르면 서울대는 내년 3월부터 기존 약 66억원 규모의 재학생 성적우수장학금을 폐지하고, 그 대신 소득분위 8분위 이하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면제한다. 또 긴급구호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 목적의 선한인재장학금, 근로장학금 등이 새로 생기거나 예산이 늘어난다.

지난 9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처음으로 성적장학금 폐지를 언급한 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대가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면 고려대와 서강대에 이어 세 번째로 성적장학금을 폐지하는 대학이 된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1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내용이 공개되자 학생들 의견은 엇갈렸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25)씨는 “학생들과 전혀 소통 없이 성취보다 평등만을 강조하는 학교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조국 전 장관 딸 때문에 불거진 문제를 성적장학금 폐지로 무마하려는 시도는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최모(21)씨는 “국립대라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조 전 장관 딸은 학내 장학금이 아닌 특지장학금을 받아 성적장학금 폐지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성적장학금 문제는 다음 주 총학생회장 선거에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학생회장 후보에 단독 입후보한 김다민씨는 4일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학교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당장 내년부터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학교 입장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성적장학금 폐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서울대 총학생회는 최근 성적장학금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공개된 문건은 지난 7월 내부 회의 내용이고, 장학금 운영안은 12월 이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바뀌는 장학정책을 공청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