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앞세웠다” 독도 바다에 뿌려진 아버지의 눈물

입력 2019-11-04 15:20 수정 2019-11-04 15:55
연합뉴스

예순여섯의 아버지는 장성한 아들 둘을 모두 잃었다. 4년 전 막내아들을 먼저 보냈고, 지난 2일 큰아들의 싸늘한 시신을 확인했다. 독도 해상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고(故) 이종후(39) 부기장이다.

이 부기장의 아버지 이모씨는 목이 메는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아들 둘을 다 잃었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릴 뿐이었다.

이씨는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아들이 탄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불편한 몸에도 한걸음에 사고 현장을 찾았다. 목발을 짚은 채, 살아만 있어 달라는 기도를 셀 수 없이 하면서.

사고 해역으로 떠나는 가족들. 연합뉴스

사랑하는 장남은 결국 주검으로 아버지 품에 안겼다. 이씨는 “두 아들을 앞세웠다. 손자가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데…”라며 가슴을 쳤다.

이 부기장은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뒤 공군에서 11년을 복무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던 그는 전역 후 민간 항공사에서 3년간 일하다가 2016년 10월 소방 공무원이 됐다. 그러던 지난달 31일 오후 독도에서 이륙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헬기에 탑승해 환자를 이송하다가 헬기가 추락하며 변을 당했다.

이 사고로 소방대원과 환자 등 7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지난 2일 시신 2구가 독도 해역에서 발견됐고, 신원은 이 부기장과 서정용(45) 정비실장인 것으로 4일 최종 확인됐다. 사고 닷새째인 이날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는 총 5명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