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미숙한 백태클로 날선 야유에 휩싸인 4일 ‘벤투호’에 승선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지만, 대표팀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출전은 가능하다. 시련이 될 11월에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면 리그 밖의 경기가 중요해졌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중 두 차례 편성된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데이 기간 중 소집할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주장 손흥민은 어김없이 포함됐다. 10월에 차출됐던 백승호(다름슈타트), 이재익(알라이얀), 이동경(울산)이 빠졌고 주세종(서울)이 복귀했다.
대표팀은 오는 14일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 원정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H조에서 2승 1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소 여유롭게 레바논 원정에 임할 수 있다. 닷새 뒤인 19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치른다.
두 번의 경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의 정신력 관리다. 손흥민은 이날 영국 리버풀 구디슨파크에서 에버튼과 1대 1로 비긴 2019-2020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33분 상대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의 역습을 저지하는 백태클을 가해 골절상을 입혔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죄책감에 휩싸여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쏟았다. 에버튼 관중의 야유를 받으며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경기를 끝내고 8시간가량 지난 오전 11시 현재 손흥민 인스타그램의 가장 최근 게시물에 8000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상당수는 악플이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 적은 에버튼 팬들의 악성 댓글도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손흥민은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11월 중 프리미어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징계가 확정되도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A매치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이날 차출할 선수 명단을 발표한 뒤 손흥민의 백태클에 대해 “안타깝지만 축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가장 안타까운 것은 고메스의 부상”이라고 말했다. 고메스는 벤투 감독과 같은 포르투갈 국적을 갖고 있다.
벤투 감독은 “누가 이런 부상을 당했다고 해도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고메스가 최대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쾌유를 빌고 싶다”며 “내가 아는 손흥민은 조금도 악의적인 마음으로 태클을 가할 선수가 아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고 그런 마음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선수 자신도 그렇고 이와 관련된 상황에 마주한 모든 선수가 잘 극복해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대한 손흥민을 돕겠다. 손흥민을 만나면 대화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겠다”고 강조했다.
손흥민과 함께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이강인(발렌시아)도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강인은 지난달 10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스리랑카를 8대 0으로 대파한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2차전 홈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A매치 첫 공격 포인트(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소집된 뒤 11일 오전 0시15분 인천공항을 통해 UAE 아부다비로 떠난다.
11월 FIFA A매치 데이 축구대표팀 명단
▲골키퍼=김승규(울산) 조현우(대구)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수비수=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민재(베이징 궈안) 박지수(광저우 에버그란데) 홍철(수원) 김문환(부산) 김진수 이용 권경원(이상 전북)
▲미드필더=황인범(밴쿠버) 주세종(서울) 이재성(홀슈타인 킬)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권창훈(프라이부르크) 황희찬(잘츠부르크) 나상호(도쿄)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 남태희(이상 알사드)
▲공격수=황의조(보르도) 김신욱(상하이 선화)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