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신원 공개 놓고 민주당·트럼프 진영, 치열한 암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내부 고발자를 “오바마 사람(guy)”라고 깎아내렸다. 탄핵 조사를 몰고 온 내부 고발자의 신뢰성에 흠집을 내기 위한 의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사람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치면서 내부 고발자가 정략적인 목적에서 거짓 제보를 했다고 몰아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고발자를 향해 “앞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을 정확히 1년 앞둔 3일, 내부 고발자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 고발자는 매우 부정확한 보고를 했다”면서 “(발단이 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내 전화 통화는 완벽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내부 고발자가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특정한 남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그가 만약 내부 고발자라면 그는 ‘브레넌 가이(guy)’, ‘수잔 라이스 가이’, ‘오바마 가이’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다”면서 “그는 트럼프를 싫어하는 급진적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어쩌면 그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존 브레넌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고, 수잔 라이스도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어떤 특정한 남성’을 놓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부 고발자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거나, 내부 고발자로 보이는 인물에 대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과의 연루설을 퍼뜨리기 위해 특유의 허풍을 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언론들도 내부 고발자가 누구인지 안다. CNN도 누구인지 안다”면서 “그들은 단지 그것을 보도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내부 고발자에 대한 신원을 알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도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처음 폭로한 내부 고발자의 신원은 아직 베일 속에 있다. 백악관에 파견됐다가 복귀한 CIA 남성 직원이며, 미국의 유럽정책에 해박하고 법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이 있는 인물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내부 고발자의 신원 공개를 놓고 트럼프 진영과 민주당은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내부 고발자를 빨리 찾아내 그의 약점을 알아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내부 고발자를 민주당 열성자 또는 사기꾼처럼 만든 뒤 그의 폭로를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거짓말로 몰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내부 고발자를 최대한 꼭꼭 숨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탄핵 조사 증언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장소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금지한 상태로 증언을 청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비디오 카메라를 조작해 고발자의 얼굴을 불분명하게 촬영하는 방안, 목소리를 변조하는 방안 등도 검토 대상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