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는 썩지 않는다는 속설을 아이슬란드의 한 남성이 증명해냈다. 10년 전 아이슬란드의 맥도날드가 문을 닫는 마지막 날, 기념으로 샀던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가 썩지 않고 처음의 상태 그대로 보존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BBC 등 외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맥도날드 햄버거를 10년 동안 보관한 회르투르 스마라손(43)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는 2009년 10월 31일 금융위기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아이슬란드에서 문을 닫은 맥도날드에서 음식을 주문한 마지막 손님 중 한 명이었다. 스마라손은 “맥도날드는 절대 썩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풍문을 확인해보기 위해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차고 한구석에 보관했다. 다른 처리는 하지 않았고 그저 포장해왔던 종이봉투 속에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넣어뒀을 뿐이었다. 그렇게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빴던 그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의 존재를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3년 뒤 이사를 준비하던 그는 뒤늦게 맥도날드 포장 상자를 발견했고, 처음 구매했던 그 상태 그대로인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느 곳 하나 썩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햄버거를 계속 보관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아이슬란드의 국립박물관과 접촉했다.
하지만 박물관 측은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보관이 어렵다고 판단해 다시 스마라손에게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를 돌려줬다. 이에 대해 스마라손은 “내 생각엔 그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 햄버거는 스스로 보존이 되니까”라고 BBC에 밝혔다.
현재 ‘썩지 않는 치즈버거와 프렌치프라이’는 아이슬란드 남부에 있는 작은 호텔에 전시돼있다. 자그마한 유리통 속에 종이포장된 상태 그대로 보관돼있는 햄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위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 판매된 마지막 맥도날드 치즈버거예요”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이 호텔의 주인은 BBC에 “이 오래된 애들은 여전히 꽤 괜찮아 보인다”면서도 “물론 재밌는 일이긴 하지만, 당신이 먹고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종이에만 포장돼있는데 곰팡이도 없는 상태로 괜찮아 보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호텔은 ‘썩지 않는 햄버거’를 보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으며 호텔 홈페이지에도 매일 40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햄버거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러 다녀온다는 스마라손은 가장 마지막으로 봤을 때를 “언제나처럼 신선했다”고 기억했다.
‘맥도날드 버거는 썩지 않는다’는 풍문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2013년 “버거가 적절한 환경에 있는다면, 대부분의 음식들이 그렇듯 썩지 않는다”며 “보존 환경에 수분이 없다면 곰팡이나 박테리아가 서식하지 않고 썩지도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아이슬란드 대학의 한 교수도 맥도날드의 설명을 뒷받침하며 “수분이 없으면 음식은 그저 말라갈 뿐”이라고 AFP에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