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자 88% “탄핵 찬성”, 공화당 지지자 90% “탄핵 반대”
트럼프 가상 대결서 바이든·워런에 다 져
트럼프, 대선 1년 앞둔 3일 “재선 자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놓고 미국 민심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비율이 49%로 나타났으나 그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비율도 52%로 조사됐다.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30일 미 성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미 대선을 정확히 1년 앞둔 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이 49%, 반대가 46%로 나타났다. 두 언론사가 지난달 4∼6일 실시했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찬성이 43%, 반대가 49%였다. 약 한 달 만에 탄핵 찬성 비율이 더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지지 정당 별로 미국 여론은 반으로 갈라졌다. 민주당 지지자의 88%는 탄핵에 찬성했으나 공화당 지지자의 90%는 탄핵에 반대했다. 부동층에서 탄핵 찬성 비율은 43%였고, 반대가 46%였다.
NBC는 “공화당 지지층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지지층을 의식해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여론조사에 민주당 조사요원으로 참여한 제프 호윗은 “탄핵 조사 초기 국면의 여론조사 데이터는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이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호윗은 그러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내년 11월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공화당 지지층을 제외한 다른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NBC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도 있다고 전했다.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찬성 비율이 52%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경제 분야에 대해선 지지를 보낸 것이다. 외교 정책에 대한 지지는 41%였다. 전체 국정 지지도는 45%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3%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들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다 졌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50%(바이든)과 41%(트럼프)의 결과가 나왔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의 대결에서도 50%(워런)대 42%(트럼프)로 밀렸다.
민주당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27%의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워런 상원의원이 23%로 2위를 기록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9%로 그 뒤를 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선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자신 있다”면서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탄핵에 대해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서 “탄핵을 원하고, 이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 유일한 사람들은 ‘가짜 뉴스’와 이 언론을 위해 협력하는 민주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찬성률이 더 높은 여론조사를 “잘못된 조사”라고 주장한 뒤 “나는 진짜 여론조사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지금 경제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중 하나”라고 자화자찬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것과 관련해 “역대 어떤 대통령도 여론조사에서 이렇게 깊고 일관된 당파적 양극화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