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위안부 문제는 마음의 문제”라며 “일본으로부터 마음이 담긴 사죄의 말이 하나라도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왕이 직접 사과하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일본 측에 거듭 사과했다.
아사히 신문은 문 의장이 G20 국회의장 회의 차 일본을 방문한 3일 그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말 이뤄졌다. 문 의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양국 간의 합의나 담화가 있었지만 해결 가능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마음에 응어리와 한, 비탄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올해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왕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마음이 상한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관련 발언에 대한 3번째 공식 사과다. 당시 외신 인터뷰가 보도된 직후 일본 정치권에서 반발이 일었다. 문 의장이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으나 일본 정치인들은 “충분하지 않다”며 재차 사과와 발언 철회를 요구했었다. 산토 아키코 일본 참의원 의장은 지난 1일 양국 의원연맹 합동총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문 의장 발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문 의장과의 양자회담도 거부하기로 했다.
문 의장은 강제징용 관련 소송 문제도 짚었다. 그는 “피해자와 한국 내 여론이 납득할만한 지원 법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법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일본 측 반응을 살펴본 후 국회에 제출할지 신중하게 판단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한국인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명령한 한국 대법원판결을 한국 정부가 따를 필요가 있어서 움직임이 쉽지 않고, 피해자와 한국 국민이 수용할 방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면서도 “정치가라면 움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을 언급하면서 “선언의 핵심은 과거 직시를 동시에 강조했다는 것”이라며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새로운 선언을 내고 양국 관계의 기초를 남기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의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한일 양 정상들의 고향인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연결하는 페리 선상에서 새로운 한일 정상 선언이 나온다면 상징적일 것”이라며 “한일 관계 악화는 역사, 법률, 경제,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나는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상끼리 만나 마음의 문제를 둘러싼 분위기를 바꾸면 불매운동이나 일본 여행 자숙도 한순간에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