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올해 10월 31일 유럽연합(EU)을 탈퇴하지 못한 것이 유감스럽다며 책임을 느낀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강경론자인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합의 없는 EU탈퇴)를 불사하더라도 시한 내에 EU를 탈퇴할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번번이 하원에 가로막혔다.
존슨 총리는 이날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브렉시트를 10월 31일에 단행하지 못한 것은 “깊이 유감스러운 문제”라며 “매우 매우 실망했다”(deeply deeply disappointed)라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의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느끼냐’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지지해준 보수당원들에게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과 유럽연합은 브렉시트를 사실상 내년 1월 31일까지 연장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브렉시트 연기는 세 번째다.
EU와 존슨 총리는 지난달 17일 브렉시트 새 합의안을 극적으로 타결했지만 19일 영국 의회가 합의안 승인 투표를 보류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존슨 총리는 이틀 뒤인 21일 합의안에 대한 의미 있는 투표를 하겠다면서 합의안 재추진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합의안 표결 문제는) 48시간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라며 거절했다. 이후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토록 한 ‘계획안’(programme motion)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의회에 가로막혔다.
브렉시트가 연기됐지만 존슨 총리는 최대한 빨리 브렉시트를 다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카이뉴스에 “브렉시트를 하는 유일한 방안은 우리가 현재 가진 합의를 (의회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다음달 12일 총선에서 승리한 뒤 의회에서 신속히 추진해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보수당은 다음 의회에서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신속히 통과시킨다는 방침에 따라 이번 총선 공약에서도 노딜 브렉시트 추진 방안을 공식 폐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