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이드] ‘김정은 선물’ 풍산개 자손들, 어떻게 지내나

입력 2019-11-04 07: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풍산개 한쌍을 선물했습니다. 암컷 ‘곰이’와 수컷 ‘송강’이는 같은달 동물검역 절차를 마치고 판문점을 통해 남측에 인수됐지요.

곰이는 같은해 11월 새끼 6마리를 낳았습니다. 새끼들은 청와대 내부 공모를 거쳐 ‘산, 들, 강, 별, 달, 햇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총 60여개의 후보작이 올라왔습니다. 백두, 한라, 금강, 동해, 서해, 남해 등 지역과 지물을 이용한 제안이 많았습니다. 남북, 만남, 평화, 감동, 이룸 등 문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에 걸맞는 후보작도 있었습니다. 알콩, 달콩, 도란 등 가까워진 남북 관계를 담은 이름도 유력히 거론됐다고 합니다. 결국 남북이 공유하는 친근한 자연의 이름이 새끼들에게 붙여졌습니다.


약 9개월간 청와대에 머무른 새끼들은 지난 8월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등 4개 지방자치단체에 분양됐습니다. 4개의 지자체는 지난 7월 청와대에 분양을 신청했다고 하네요. 3달이 지난 지금, 평화의 염원을 담은 이 강아지들은 각 지역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국민일보가 4개의 지자체에 전수조사 해봤습니다.

서울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산'이. 서울시 제공

서울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산'이. 서울시 제공

서울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산'이. 빨간색 화살표가 '산'이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새끼 6마리 가운데 산이를 분양받았습니다. 산이는 경기 과천시의 서울대공원에 배치됐습니다. 산이는 현재 대공원 내 어린이동물원에서 진돗개 등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대공원 측은 산이에게 사회성 훈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이가 어린 강아지인 점을 고려했다고 하네요. 산이는 지난 9월 25일 중성화 수술을 받았고 개 전용사료와 닭고기를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오월드에 배치된 강이. 대전도시공사 제공

대전오월드에 배치된 달이. 대전도시공사 제공.

대전오월드에 마련된 강이와 달이의 집. 대전도시공사 제공

대전시에는 새끼 두 마리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강이’와 ‘달이’인데요. 대전시는 대전시 출범 70주년과 광역시 30주년의 의미를 높이고 남북평화와 번영의 염원을 담아 분양을 신청했다고 하네요.

이 두마리는 대전 중부권 최대의 종합테마파크인 대전 오월드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철저한 관리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전문수의사 5명이 매일 회진을 돌고 혈액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전 오월드의 경우 지난해 9월 퓨마가 탈출 끝에 사살되면서 전시동물의 동물복지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어 동물보호단체의 우려가 크다고 하네요.

광주 우치동물원에 배치된 풍산개 '별이'의 모습. 광주광역시 제공

광주광역시로 간 ‘별이’도 잘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광주 우치동물원에 분양된 별이는 새끼 6마리 중 몸집은 가장 작지만 장난끼가 많고 활발하며 특히 공놀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치동물원은 기존 풍산개 수컷(10세)과 암컷(7세) 2마리를 보유하고 있는데 별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별이도 매일 2회 수의사에게 건강 체크를 받고 있고 있습니다. 또 관람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견사에서 심신(?)을 달래고 있다고 하네요.

다만 우려도 나옵니다. 우치동물원은 2007년 사육장이 부족해지자 풍산개와 시베리안 허스키 6마리를 5만원 이하 가격에 분양한 전례가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새끼 호랑이가 태어난 지 만 하루도 안돼 어미에게 물려 죽임을 당하고, 2017년에는 동물 27마리가 폐사해 관리 소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동물단체에서는 이런 사례를 근거로 별이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천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들이'. 인천시 제공

인천대공원에서 지내고 있는 '들이'. 인천시 제공

인천에도 새끼 두마리가 찾아왔습니다. ‘햇님’이는 연평도에, ‘들이’는 인천대공원에 각각 분양됐습니다. 들이의 하루는 이렇습니다. 오전 9시 아침밥을 먹고 10시에 산책을 합니다. 오후 1시에 다시 산책을 하고, 오후 2시에 간식을 먹습니다. 오후 4시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5시30분에 다시 산책을 합니다. 바쁜 일정이지요? 인천대공원은 들이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현재 조성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28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평화안보수련원에서 풍산개 햇님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햇님이는 연평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햇님이는 지난 8월 31일 연평도로 옮겨져 평화안보수련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는 김 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자손을 평화의 상징으로 기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햇님이를 연평도로 보냈습니다. 연평도는 1999년과 2002년 제1·제2연평해전과 2010년 북한의 포격 도발을 겪은 곳입니다. 남북 분단과 대립의 상처가 남아있는 지역이지요. 인천시는 햇님이가 남북 평화 정착의 밀알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네요. 햇님이는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라서 인근 주민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방으로 옮겨간 강아지들은 향후 남북 관계에 진전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이 참석한다면 산, 들,강, 별, 달, 햇님이도 부산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서울과 인천, 광주와 대전에 사시는 분이라면 이번 주말 시간을 내서 평화의 상징이 될 풍산개들을 만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