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안 마련 중인 국토부 판 깨질라 ‘전전긍긍’
당초 운수사업법 개정(상생안 마련) 뒤 시행령 개정(불법 논란 정리) 방침
여당 의원 타다 불법 규정 법안 발의로 ‘갈등의 씨앗’
‘택시-카풀 논란’서도 여당 등장에 정치권 갈등 비화되기도
국토부, “기소 여부 상관 없이 상생안 구체화 집중”
정부 부처 수장들이 일제히 타다를 기소한 검찰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택시-플랫폼 상생안을 주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타다 기소가 또다시 업계 간 갈등으로 번져 그동안 논의했던 상생안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터져나온다.
일각에선 당정 간 불협화음이 ‘갈등의 씨앗’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당을 통해 발의된 탓이다. 검찰이 타다 기소를 기습으로 발표하게 한 ‘신호탄’이 됐다는 분석이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 등 고위 공직자들은 검찰의 타다 기소를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타다는 혁신적 모습과 새 서비스로 시장의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이 있다. 공정위가 아예 처음에 이런 의견을 밝혀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타다와 택시 양측을 중재하는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타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와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바 있다.
검찰 기소로 상생안 논의 깨질까 ‘전전긍긍’
국토부로선 논란이 격화하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택시-플랫폼 상생안 논의가 한창 진행중인 터라 정부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주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타다에 대한 내용을 담아내는 법이 곧 통과되는데, (검찰이) 사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며 검찰의 갑작스러운 기소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상생안을 하루빨리 완성시켜 타다를 둘러싼 불법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상생안을 통해 ‘합법의 틀’을 플랫폼 업계에 제시하고, 이에 맞춰 타다도 제도권 안으로 ‘연착륙’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올해 안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국토부 핵심 관계자는 “개정 법안에는 상생안의 큰 틀만 먼저 담은 뒤 추후 업계간 의견 조율을 통해 시행령을 세밀하게 조정하려 했다. 특히 11인승 승합차를 렌트해 기사를 제공하는 타다의 영업 방식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터라 추후 법안이 아닌 시행령으로 개정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국토부는 개정안에는 타다를 불법으로 곧바로 규정하는 내용을 넣지 않을 방침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검찰의 의견조회에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상생안을 만들자는 합의를 어렵게 각 업계를 설득해 도출해냈는데 국토부가 나서서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는 없었다. 상생안 논의가 진행되면 타다 불법 논란도 진정될 것으로 보고 검찰에 아무런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급작스럽게 ‘타다 불법 규정’ 법안 발의한 여당
그런데 국토부의 이런 방침을 깨는 결정이 정치권에서 터져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렌터카를 관광목적으로 6시간 이상 빌렸을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타다의 현재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다.
정부 안팎에선 이 법안 발의가 검찰의 ‘기소 결정 시계’를 빠르게 돌아가도록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 국토부가 의원 입법을 준비하고 있던 터라 이 개정안은 사실상 정부가 내놓은 법안처럼 받아들여졌다. 향후 시행령에 담길 것으로 예상됐던 내용이 법안에 그대로 적시되자 정부와 정치권이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키로 합의한 것처럼 비춰진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별도의 법안을 발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법안을 낼 경우 국회 내 논의가 길어지면서 상생안 자체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초 국토부와 논의해왔던 내용보다 발의안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택시 업계에 유리한 내용이 담기면서 상생안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당정 불협화음엔 눈감은 정부 수장들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갈등의 씨앗’을 심은 정치권을 향해선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당정 불협화음엔 침묵으로 일관한다. 택시-카풀 논란 때와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지난해 초부터 카풀 서비스의 운행 범위를 1일 2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넣어 공식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여당이 번번이 반대하면서 발표가 수차례 무산됐다.
택시 업계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집회를 열고 갈등 수위가 점차 높아지자 여당은 택시-카풀 논란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택시-카풀 논란은 정치 이슈로 비화됐고, 카풀 서비스 관련 정책 논의는 일방적인 ‘카풀 패배’로 종결됐다(국민일보 2019년 1월 9일자 19면 기사 참조).
국토부 “상생안 구체화에 집중”
국토부는 타다 기소와는 별개로 상생안 구체화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상생안을 하루빨리 완성해야만 타다가 향후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 제도화가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 간 협의를 지속하겠다. 연내 법안 통과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내년 초에는 세부 시행령 조항 등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