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 없다” 당내 반발에 자유한국당 2차 인재영입 신중론

입력 2019-11-03 18:0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회의실에서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에 이어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의 영입 세습 논란으로 인재 영입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상징적인 영입 인사로 꼽히는 이자스민 전 의원이 정의당에 입당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당의 총선 준비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은 당초 이번 주 후반부에 2차 인재 영입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결정을 보류하고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로 계획이 돼 있었지만 정해진 건 아직 없다”며 “1차 인재 영입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서 신중 모드로 가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뉴시스

한국당은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다방면의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히거나 당사자의 거부로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윤봉길 의사의 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도 영입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박 전 대장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굳이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이명수 의원은 “무당층이 공감할 수 있는 인재들을 접촉해봤는데 호응이 잘 안 됐다”고 전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신보라 의원의 후임 격인 백 대표가 영입 명단에 오른 것을 두고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영입한 단체에서 또 인재 영입을 한 것에 대해선 (안일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따갑게 받아야 한다”고 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오른쪽). 페이스북 캡처.

당내에서도 인재 영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이번 1차 인재 영입 기조는 ‘반문(반문재인)’”이라며 “정권 심판론 이외에 세대 교체라는 분명한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재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명분이 중요하다. 당에 들어오라고 해놓고 문재인 정권 반대만 외치면 어떻게 이 사람들이 주변에 한국당에 들어가겠다고 설명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인재영입 카드는 정책적 집행 권력이 없는 야당에 차기 총선을 위한 당 지지율 향상에 가장 큰 무기이자 이벤트다. 이 소중한 기회가 시작부터 삐걱한 것은 무척 뼈아픈 실책”이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인재 영입이 공천과는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당 전략기획부총장 추경호 의원은 “인재 영입을 공천으로 바로 연결하지 말아 달라. 당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을 모으는 것이고, 그분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