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사건 재판과 관련해 김 전 차관 측은 ‘역삼동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남성과 김 전 차관의 가르마가 정반대라는 사실을 재판 초반에 발견한 뒤 장기간 검증을 거쳐 변론을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 측의 주장이 있기 전까지 사진 상의 모순점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3일 “가르마 위치가 정반대라는 것을 지난 7월 초 기록 열람·복사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처음부터 밝히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사진을 찍은 휴대전화 기종을 구해 직접 검증을 해본 뒤 마지막에 주장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변호인의 구치소 접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안 뒤 “억울한 게 조금은 밝혀지겠다”며 반색했다고 한다. 변호인들은 김 전 차관의 부인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을 정도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5촌 조카 컴퓨터에서 삭제 파일을 복구하던 중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을 처음 확보했다. 검찰 포렌식 결과, 촬영 시점은 2007년 11월 13일 오후 9시57분36초로 특정됐다. 2012~2013년 검경 수사에선 찾지 못했던 사진이었다. 윤씨는 휴대전화로 성관계 장면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은 후 5촌 조카에게 CD에 담아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에는 여성 A씨 모습 뒤로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얼굴이 나온다. 윤씨는 이 남성이 김 전 차관이고, 서울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사진과 윤씨 및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고 판단, 뇌물 혐의에 포함시켰다.
김 전 차관 측은 그러나 같은 날 열린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사진 속 김 전 차관의 가르마가 왼쪽인 점을 근거로 “오피스텔 성접대 사진 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이 아니다”라고 지난달 29일 결심 공판에서 주장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윤씨의 휴대전화를 직접 구한 뒤 자체 검증을 거쳐 가르마 위치가 뒤바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전 차관 측은 포렌식 자료를 바탕으로 윤씨의 휴대전화 기종을 특정했다. 이 전화기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폴더폰’으로 2007년 3월 출시됐다. 김 전 차관 측은 “지난 8월 초 매물을 어렵게 찾아 택배거래로 약 3만원을 주고 구입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윤씨가 썼던 휴대전화 기종을 직접 확인해보니 화면을 거울처럼 보면서 ‘셀프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은 없었다. 카메라 렌즈는 폴더폰 상단 부분의 바깥에 달려 있었고, 펼친 상태에서만 촬영이 가능했다.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도록 한 상태에서 셀프 촬영을 하더라도 좌우 반전되진 않았다.
다만 이미 찍은 사진을 편집해 좌우 반전시킬 수 있는 기능은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 측은 “윤씨는 ‘기계치라서 휴대전화를 잘 다루지 못한다’고 법정 진술했고, 사진을 반전시켜 저장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셀카’를 찍으면 사진이 좌우 반전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의견서를 재판부에 내기로 했다. 김 전 차관 측은 “윤중천 휴대전화는 셀카가 안 된다. 검찰이 셀카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가르마 위치가 반대라는 점을 전혀 몰랐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오는 22일 선고 전까지 포렌식 결과를 재검토하는 등 성접대 사진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라는 반박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는 지난 7월 작성한 영상감정 결과 통보서에서 ‘감정물 9호(오피스텔 성접대 사진)와 감정물 10~15호(휴대전화 속 다른 사진)는 파일정보에서 제조사·모델명은 일치하나 소프트웨어 버전이 상이함이 관찰됨’이라고 분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