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가 내달 영국의 조기 총선을 앞두고 독립 재추진 의사를 공식 표명하면서 영국 정치권에 또다시 격랑이 예상된다.
BBC 등 영국 언론은 2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자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인 니컬라 스터전이 분리독립 요구 시위에 연설자로 참여했다고 전했다. 글래스고에서 열린 이날 시위에 연설자로 나선 그는 내달 12일 영국 조기 총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 스터전이 분리독립 요구 집회에서 연설한 것은 지난 2014년 주민투표 실시 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는 “이제 스코틀랜드가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때이며 독립국가가 되어야 할 때”라면서 내년에는 독립의 찬반을 묻는 제2의 주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스코틀랜드법 30조에 따라 영국 정부에 올해 성탄절 저까지 분리독립 찬반투표 발의 권한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로 이양할 것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코틀랜드법 30조는 스코틀랜드 자치의회가 구속력 있는 독립 주민투표를 하는 데 필요한 법적 절차다. 법적으로 유효한 독립 주민투표를 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는 영국 정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요구서 발송은 자치의회가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시행할 테니 이를 승인해달라는 뜻이다. 스터전 수반은 최근 이번 총선을 제2의 독립 찬반 주민투표를 위한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는 “우리의 운명이 이번 선거에 달렸다”면서 “선거에서 주어질 독립이라는 ‘상’을 거머쥐자”고 촉구했다.
300년 이상 영국의 일부로 남아있는 스코틀랜드는 지난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독립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됐다. 이후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지지자들은 중앙정부에 제2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해왔다. 2014년 분리독립 주민투표 이후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상황이 달라가 결정된 만큼 제2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에서는 62%가 EU 잔류를 택했다.
2017년 3월 스코틀랜드 의회는 중앙정부에 독립 주민투표 승인을 공식 요청하는 발의안을 통과시킨 뒤 이를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에게 정식 전달했지만 메이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스터전 수반은 이후 브렉시트 상황을 지켜보면서 상황이 명료해지면 제2 독립 주민투표 실시 시기를 정하겠다고 밝혀왔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재추진에 대해 영국 중앙 정치권은 여야 구분 없이 모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평소 집권여당인 보수당에 맞설 때 힘을 합해온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제2 주민투표는 바람직하지도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스코틀랜드 의회의 보수당 소속 애니 웰스 의원은 “시민의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터전이 민족주의 진영의 세몰이에만 골몰하고 있다”면서 “스터전이 우리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것을 막으려면 보수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