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식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부진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에 훈기가 돌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9조원대로 뛰어올랐다. 미국 등 선진국 대비 부진했던 국내 증시가 연말을 앞두고 상승 계기를 맞이할 지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 10곳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지난 1일 기준 평균 17.04%를 기록했다. 10곳 가운데 주가가 오른 기업은 7곳이었다. 특히 지난달 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전문기업은 티라유텍은 공모가 대비 주가가 지난 1일 기준 63.07%나 올랐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 경쟁률은 1164.16대 1를 기록했었다.
‘상장 대어’로 주목 받으며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롯데리츠(REITs·부동산 투자 회사)도 공모가 대비 주가가 27.20% 올랐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와 어린이 콘텐츠 기업 캐리소프트의 주가도 공모가 대비 각각 23.86%, 20.56% 오르며 쏠쏠한 수익률을 보였다. 공모주 강세 속에 투자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평균 629.80대 1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두 달 반 사이 1조원가량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총 9조425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 잔고가 늘어난다는 건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음을 뜻한다. 국내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지난 8월엔 8조원대로 급감한 바 있다.
국내 증시의 본격 회복 여부는 미·중 무역 협상 판도 등에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달 초 ‘미니 딜’에 의견을 모은 미·중 양국은 오는 16~17일 칠레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차 합의문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칠레 내부 반정부 시위로 갑작스럽게 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향후 합의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필요한 만큼 그 과정에서 미·중 양국의 기싸움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최근의 리스크 온(risk-on·위험 자산 선호 현상) 국면이 조금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