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국장,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연구원
“김정은,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에 도움 되는 행동 않을 것”
“트럼프 재선…불확실성 커지지만 획기적 결과물 기대도”
“민주당 정권…원칙 있는 대북정책, 그러나 성과는 미지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북핵 폐기와는 연관이 없는 북·미 합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만한 액션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이 대선 승리에 혈안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그의 럭비공 같은 스타일이 더욱 심해져 북·미 관계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북핵 폐기의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북 제재 해제 등 과감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에는 그 반대다. 대북 정책의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예측 가능한 북·미 관계가 설정되는 장점이 있지만 북한을 원칙대로 대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과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민주당 정권이 등장할 경우 북한의 독재 체제나 열악한 인권 상황을 문제삼을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재개를 위협하면서 올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것도 자신들이 상대하기 편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서둘러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것과 관련해 국민일보는 한반도 전문가인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국장,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 칼 프리도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연구원과 지난달 29일 각각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트럼프, 북핵 폐기와 연관 없는 북·미 합의 추진할 수도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성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선거전에 활용하기 위해 북한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와는 연관이 없는 합의를 추진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와 같은 ‘빅딜’보다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같은 ‘스몰딜’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와 연관 없는 이런 ‘스몰딜’을 한반도에서 갈등을 끝낸 증거라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은 여전히 한반도에서 전쟁 상황이 지속되기를 원한다고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또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도 북·미 대화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그는 연내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내년에도 4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우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원하는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를 제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북·미 대화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자신의 외교치적이라고 강조해왔기 때문에 선거 국면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진전을 보이지 못할 경우 민주당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에 도움 되는 행동 않을 것
프리도프 연구원은 “나는 북한이 대선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북한이 대선 국면의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하려고 애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적인 단점을 북·미 협상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데 대해 분석이 끝났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이 주지 않았던 선물을 받았다”면서 “그것은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정치적 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것이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고, 평화조약이나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 “많은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면서 “더욱 심각한 것은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으며 핵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한다는 분석이 끊이질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우스 국장은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독특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미래에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치를 취하진 않더라도 내심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랄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트럼프 재선…불확실성 커지지만 획기적 성과 기대도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대선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진다면 그의 예측 불가능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여론과 야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줄어 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우스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그는 김 위원장과 더욱 진지하게 협상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북한에 양보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제재 해제 등 과감한 조치를 먼저 취하면서 북핵 폐기의 급진전을 이뤄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도 김 위원장에 대한 유화적인 스탠스를 이어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북 정책을 뒤엎는 것은 북한에 대해 잘못된 접근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핵 성과와 관계없이 김 위원장과 대화를 이어갈 것”면서 “그는 독재자들과 가까이 지내수록 자신도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권…원칙 있는 대북정책, 그러나 성과는 미지수
매닝 선임연구원은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대북정책에 거대한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핵 확산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또 북한의 독재 체제와 인권 침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라고 설명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또 “민주당이 집권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보였던 어느 정도의 존중과 혜택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웡장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조종하기 쉬운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위협하면서 올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서둘러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프리도프 연구원은 “현재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들을 보면 준비된 대북 정책은 아직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대북정책은 북한의 행동에 달려 있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선택할 경우 민주당 정권은 북한 고립을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 대통령들은 불필요하게 긴장이 고조되는 레토릭을 북한에 구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대북 강경책을 구사하더라도 2017년 한반도 전쟁 위기 같은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우스 국장은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하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것”이라며 “그러나 이 접근법으로는 북한의 도전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