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서 차별 당해” 민주당 대변인, “가소롭다” 비판받는 이유

입력 2019-11-03 14:55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 할 수는 없고, 남자도 차별을 받는다”는 취지의 논평을 올렸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장종화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통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이미 수많은 논란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소위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됐다”며 “우리 사회가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는 그 지점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지영이 겪는 일들을 일반화 할 수는 없다. 이 사회의 모든 여성이, 특히나 영화의 제목처럼 82년생 여성이 모두 김지영의 경험을 ‘전부’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김지영이 겪었던 일 중에 한두가지는 우리 모두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고 썼다.

이어 남성도 차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초등학교 시절 단순히 숙제 하나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풀스윙 따귀를 맞고, 스물둘 청춘에 입대하여 갖은 고생 끝에 배치된 자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있는 욕 없는 욕은 다 듣고, 키 180 이하는 루저가 되는 것과 같이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했다.

또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며 “김지영같은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는’ 일이 없도록 우리 주변의 차별을 하나하나 없애가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다. 당신과 나는 서로 죽도록 미워하자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장 청년대변인의 논평이 나온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그와 같은 당 소속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관악갑 대학생위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논평은 일기장이 아니다”라며 “‘82년생 장종화’ 운운이 특히 가소롭다. ‘맨박스’라 불리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형성된 남자다움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페미니즘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주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평은 이러한 페미니즘의 효용을 언급하는 대신 매우 피상적으로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도 힘들어!’ 수준 이상의 논의로 이어지지 못한다”고 썼다.

이어 “차별을 대하는 시선에서도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 ‘멀쩡히 직장을 다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둔’ 것과 ‘육아휴직의 빈 자리에 대한 부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가 마치 동등하게 힘든 일인 것처럼 병치시켜놨지만 사실은 동일하게 볼 수 없는 문제”라며 “지금도 대부분의 경우 여성이 경력단절을 강요받은 후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는 반면, 남성은 그래도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유지하고 사회적 자아를 실현한다. 이 둘의 처지는 결코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민진 정의당 청년대변인도 이날 “여성인권에 관한 영화를 두고 여당 대변인이 낸 논평이 고작, 남자도 힘들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라니. 소위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적 스탠스가 이런 거라면 너무 암울하다”라며 “왜 여성들에게 임신과 출산이 공포의 대상이 됐는지, 그들은 알고나 있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가부장제는 남성에게도 해로운 게 맞다. 특히 ‘정상적 남성’이 아니라고 여겨지는 소수자 남성들은 차별과 혐오를 겪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도 차별받는다’ ‘여자나 남자나 똑같이 힘들다’는 말이 맞는 말이 되는 건 아니다.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함으로써 남성이 기득권을 누리는 세상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갈등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건 정치가 아니다. 누구의 편에 설지 알아야 한다”며 “노동자의 편에 설 것처럼 공약했지만 재벌과 기업한테도 예쁨받고 싶어서 결국 자본의 편에 서버린 민주당의 모습, 젠더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반복되진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국회페미’는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민주당 홈페이지에 공적인 자격으로 성평등에 대한 일그러진 사견을 게재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처분이 필요하다”며 “장종화 청년대변인이 대변한다는 청년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적었다.

위근우 칼럼니스트도 “남자들이 겪은 고난만 과대표되는 세상에서 이제야 여성의 일상적 고난을 가시화하는 의미가 큰 작품인데, 그걸 보고 ‘82년생 장종화’가 나오고, 성별과 상관없이 서로를 몰라왔다고 이야기하면, 미디어 리터러시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