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본가’인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정치 초년생을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으냐”는 비난을 날렸다. ‘정치 초년생’은 황교안 당대표를 지칭한 것이다.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그럭저럭 당을 꾸려왔으나, 이제 그 카리스마조차도 없어진 마당에 계파정치가 계속될 것 같으냐”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 당이 친이(이명박), 친박(박근혜) 계파정치에 휩싸이게 되면서 계파 없는 나는 외톨이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양 진영에 몸담지 않으면 공천이 보장되지 않으니 모두가 레밍처럼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 정치’ 시대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레밍(Lemming)은 ‘집단 자살 나그네쥐’로 불리는 설치류를 말하며, 우두머리 쥐를 따라 맹목적으로 달리는 습성이 있어, 맹목적인 집단행동을 부정적으로 말할 때 종종 인용된다.
홍 전 대표는 “지금도 그 현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친박이 친황(황교안)으로 마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레밍정치, 계파정치를 타파하지 않고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국회의원이라도 한 번 더 하고 싶다면 자성하고 참회하고, 최소한 국회의원으로서 소신과 품격은 갖춰라”고도 했다. 그는 “이 당이 가장 먼저 탈피해야 하는 것은 바로 레밍 정치”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최근 황 대표와 당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뱉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당내에서 본인을 겨냥한 ‘험지 차출론’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앞서 지난 2일 글에서는 “정치는 아르바이트나 노후 대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인재로 영입하니 국민 정서에 동떨어지고 웰빙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한국당의 인재영입 상황을 비판했다.
같은 날 “인적 쇄신과 혁신 없이 반사적 이익만으로 총선을 치른다는 발상은 정치 사상 처음으로 대선, 지방선거, 총선 3연패를 가져오게 된다”며 “내 말이 틀렸다면 또 친위부대 철부지를 동원해 ‘내부 총질’ 운운하면서 징계 추진을 하시던지 해 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색소폰은 총선 이기고 난 뒤 마음껏 부시라”며 “최근 헛발질이 계속 돼 답답한 마음”이라고 황 대표를 직접 겨눴다. 한국당은 지난 1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황 대표가 청남방 차림으로 색소폰을 부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1일 페이스북에 “지금의 야당에서는 총선까지 내 역할은 전혀 없고 할 생각도 없다. 내년 총선까지는 이 당에서 내 역할이 전혀 없으니 내가 이 당을 위해 어디에 출마하라는 말은 더이상 거론하지 마라”며 총선 차출론에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