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17세 이하(U-17)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백상훈(17·오산고)은 ‘52초 벼락 골’로 한국의 FIFA 주관대회 사상 최단 시간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축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간) 브라질 비토리아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서 칠레를 2대 1로 제압했다. 최종 전적 2승 1패를 기록해 프랑스(3승)에 이어 C조 2위를 확정하고 16강으로 진출했다.
칠레는 남미의 난적이다. 무득점 상태에서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로 괴롭히는 남미 축구의 특성상 빠른 선제골이 필요한 상대였다. 백상훈은 경기 시작 1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선제골을 터뜨려 우리나라 쪽으로 주도권을 가져웠다.
왼쪽 코너킥에서 페널티박스 아크로 흐른 공을 백상훈은 왼발로 때렸다. 이 슛이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킥오프 52초 만의 선제골. 이는 성별과 연령을 통틀어 한국 축구대표팀이 FIFA 주관대회에서 넣은 최단 시간 득점이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설기현이다. 설기현은 1999 FIFA 나이지리아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말리를 상대로 전반 3분 만에 득점했다. 백상훈은 이 기록을 2분가량 앞당겼다.
FIFA 주관대회 이외의 경기로 영역을 확장한 국가대표 최단 시간 득점 기록은 12초다. 조재완(강원)은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이 기록을 달성했다. 다만 이 경기의 주관 단체는 FIFA가 아니었다.
백상훈은 경기를 마친 뒤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강한 칠레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빠른 선제골로 잘 풀린 것 같다”며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이 운 좋게 발 앞으로 떨어져 자신 있게 슛했다. 차는 순간에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백상훈은 중앙 미드필더다. 국가대표 선배 박지성을 롤모델로 삼을 만큼 많은 활동량으로 적진을 교란한다. 김 감독도 백상훈을 깊이 신뢰하고 있다. 김 감독은 백상훈을 프랑스 국가대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국은 오는 6일 앙골라와 8강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앙골라는 A조 2위(2승 1패)에 올랐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대진표상 8강에서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