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동료들과 회식 후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순직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경찰관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공단)을 상대로 “순직 유족 보상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1월 14일 오후 6시45분 주간근무를 마친 뒤 팀원들과 오후 11시15분까지 회식을 했다. A씨는 이후 먼저 집에 가겠다며 회식 장소를 나섰다. 그는 자신의 차가 있는 장소로 가기 위해 왕복 10차로를 무단 횡단하다가 오후 11시28분쯤 차에 치였고 다음날 새벽 사망했다. 해당 도로의 제한 속도는 60㎞였지만 사고 차량은 약 122.2㎞로 과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유족은 공무상 부상으로 사망했다며 순직 유족보상금을 공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공무상 회식이 아닌 팀원들의 사적 모임으로 보이고, 음주 후 무단횡단으로 사망했다”며 이를 거절했다. 공무와 A씨의 사망은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A씨 유족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고 당일 회식은 소속기관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공무상 회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식 당일 11시간40분 동안의 강도 높은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음주를 해 정상적 판단 능력 장애가 생겨 무단 횡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무상 회식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A씨는 팀장의 강요 등이 없었음에도 자발적으로 술을 마셨고, 만취에 이를 정도가 아닌 주취상태에서 무단 횡단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고는 이 사건의 회식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공무와 무관한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발생한 재해”라고 판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