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의 소변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와 객관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42)씨의 상고심에서 필로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압수영장의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1~25일 사이 부산의 모처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은 25일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확보한 김씨의 소변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을 확인하고,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 내용과 필로폰 투약 관련 공소사실의 ‘객관적 관련성’ 여부였다.
애초 김씨는 지난해 5월 24일 부산 한 모텔에서 이모씨로부터 필로폰을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수사기관이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은 바로 이 범행과 관련해 소변 검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김씨의 소변을 확보한 시점은 한 달이 지난 6월 25일이었다. 소변에서 마약이 검출될 수 있는 기간은 투약 후 4~10일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었던 ‘5월 범행’과는 무관한 결과다. 결국 검찰은 ‘5월 범행’은 필로폰 수수 혐의로, ‘6월 범행’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마약 양성 반응을 토대로 5월과 6월 두 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달랐다. “압수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공소사실이 마약류 동종범죄라는 사정만으로는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장주의 원칙상 적어도 영장 발부 전에는 해당 혐의사실이 존재해야 하는데, 필로폰 투약은 영장 기재·발부 시점보다 한 달 뒤에나 발생한 범죄”라며 “이 경우 수사기관은 사후영장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필로폰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마약 투약 범죄는 범행 일자가 다를 경우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며 “공소사실 역시 범행 사실, 투약 방법, 투약량이 특정되지 않아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어떤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로폰 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을 확정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