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영진 대구시장이 정례조회에서 ‘주식형제 천개유(酒食兄弟 千個有), 급란지붕 일개무(急難之朋 一個無)’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술과 밥을 함께 먹을 친구는 1000명이나 되지만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해줄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뜻인데 대구국제공항에 대해 의리를 지킨 기업과 저버린 기업을 빗대어 한말이다.
3일 대구시에 따르면 에어부산이 대구 영업지점을 개설한 지 7개월 만에 사실상 철수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문을 연 에어부산 대구지점은 9월 초 직원 1명만 대구공항에 남긴 채 사무실을 철수했다. 또 대구공항 정기 동계 스케줄에 오사카, 삿포로, 도쿄, 기타큐슈, 후쿠오카 등 일본 노선과 베트남 다낭,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중국 싼야 노선을 뺐다. 운항 노선은 국내선 제주와 대만 타이베이만 남게 됐다. 항공업계에서는 하반기 인천공항에 진출하는 에어부산이 수익이 나지 않는 대구공항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도 적자 등을 이유로 대구-제주 화물운송사업에서 철수했다.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이 철수한 사업을 맡기로 해 우려됐던 화물 공백은 막게 됐다. 티웨이항공은 지난달 28일 대구공항 화물청사에서 기념식을 열고 첫 화물운송 업무를 시작했다.
권 시장이 항공사들을 빗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강조한 것은 한·일 관계로 인한 일본 여행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항공사들이 수익성을 쫓아 대구공항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항공사들의 대구공항 취항에 대한 대구시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권 시장은 “대구공항이 한창 잘될 때는 뻔질나게 대구시청을 찾아와 취항에 협조를 요청하던 항공사들 중에 한일관계가 악화돼 승객이 줄자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노선을 철수해버리는 의리없는 기업들이 있다”며 “세상은 돌고 도는 것으로 잘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는 대구에 발을 못 붙이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주행 항공화물 수송을 대신 맡아 준 티웨이항공에 대해 대구도 반드시 의리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일본 노선 감축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구공항 연간 이용객이 지난 1일 기준 400만명을 넘겼고 올해 연말까지 4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대신 제주와 동남아 등 대체 여행지를 찾는 여행객 증가가 이유로 분석된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