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소통의 힘…박원순 시장, 광화문광장 반대 의견 경청하며 자신감

입력 2019-11-03 10:42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삼청동 한 가게에서 새 광화문광장 조성과 관련해 상인 및 주민대표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하려면 시위대책부터 세워달라. 주민피해를 보상한다면 반대할 이유 없다.” “광화문 광장을 확장하게 되면 교통대란, 공기오염, 소음문제가 발생하는데 구체적인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재구조화 사업과 관련해 광장 주변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현장토론회에서 여러가지 불만들이 여과없이 터져 나왔다. 서울시는 그동안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고 했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깊었다.
종로구 삼청동 주민 A씨(여)는 지난 1일 박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사람이 광화문광장에만 머무르고 빠져나가면서 ‘블랙홀’이 됐다”며 “삼청동은 주말 장사를 하는 곳인데 토요일 집회로 삼청동에 오기가 힘들어 유입 인구가 사라졌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실제로 삼청동은 최근 공실률이 높아졌고 일부 상인은 수억원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와 관 주도의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삼청동 주민 B씨는 “너무 짧은 시간에 공무원, 전문가들 구상대로만 사업을 추진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 D씨는 “전문가들이 프로그램을 다 짜놓고 형식적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왜 필요한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직접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현장소통’ 의지를 평가하는 주민도 있었다.
박 시장은 “참고가 될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도 있고 조금만 신경쓰면 해결될 일도 있다. 광화문광장을 근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서울 사직동 스페이스 본 아파트에서 주민들과 만나 새 광화문광장 조성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어 박 시장은 서촌 통인시장에서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직동 주민들과 대화하기 위해 스페이스 본 아파트를 찾았다. 사직동 아파트 주민들은 광화문광장을 새로 조성할 경우 우회 도로로 인한 교통체증과 공기오염, 소음을 가장 우려했다.
허명자 파크팰리스 입주자 대표는 “광장을 새로 꾸미면 교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은데 차를 우회시키면 교통대란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경희궁 아침’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광화문광장 확장하면 교통량 많아지고 이면도로에 집중돼 공기오염이 심각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편의를 우선 고려해 처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박정하씨(여)는 “광화문광장을 확장하지 말고 있는 거나 공원으로 해달라. 숲으로 해놓으면 공기도 좋고 소음도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박 시장은 “차도를 줄여서 나무를 많이 심고 일부는 공원으로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로 7017’ 만들때 얼마나 반대가 많았나. 그런데 지금은 뉴욕타임즈가 반드시 가봐야 할 곳 100대 리스트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최상의 상태로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현장토론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의 힘, 소통의 힘을 확인했다. 반대가 없다면 평양과 다를게 뭐 있나. 주민들의 말씀을 직접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3일에도 청운효자동과 부암동, 평창동을 차례로 방문해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이어 종로구청 강당에서 이틀간 현장에서 나온 쟁점을 중심으로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합동토론회는 시간제한 없는 끝장토론으로 진행됐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