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다. 살면서 경찰, 검찰, 의사 1명씩은 꼭 알고 지내야 한다고. 50대 중반이 되도록 검찰과 경찰, 의사 단 1명도 모르고 방송, 언론과도 안 친한 가요계 아웃사이더가 되고 말았다”
가수 이승환이 2일 오후 ‘제12차 여의도 촛불문화제’ 무대에 서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개최한 문화제에서 이승환은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자신의 심경을 전했다.
“영화나 소설 속 검찰 이미지 때문에 검사들을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불신을 넘어 공포가 대상이 되고 말았다”고 한 이승환은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하찮게 여기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수사해야 할 것들을 (검찰이) 하지 않거나, 무혐의로 덮는 것을 얼마나 많이 봐왔냐”고 한 이승환은 “욕먹어도 싸지 않냐”고 반문했다. “사실 우리 연예인들이 더 많이 욕을 먹는다. 검찰은 연예인들보다 멘탈도 강하고 야망도 더 큰데 잘 사고 있지 않냐. 그런데 (욕 먹는 게) 억울하냐”고 꼬집었다.
이승환은 또 “이번 기회에 검찰 이미지 좀 바꾸는 게 어떠냐”며 “표적 수사, 선택 수사 하지 말고 공정한 수사 하고 검찰개혁을 이뤄내는 그런 이미지 변신, 저희 국민이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발언을 하기까지 내적갈등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많은 광장에 섰고 집회에 섰지만 오늘은 노래하고 말하기가 다른 때보다 유독 무섭다”고 한 이승환은 “내 신변에 이상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내 노래 중에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번만큼은 그 예감이 틀리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 여의대로에서 ‘제12차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지난달 12일 9차 촛불집회를 끝으로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여의도로 장소를 옮겨 3번째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연대는 이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하라’ ‘검찰개혁 완수하자’ ‘조국을 잊지 말자’ ‘국회는 응답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이 자리하면서, 오후 6시께는 전국경제인연합회~IFC몰 서울교 방면 5개 차선 약 700m가량이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주최 측은 이날 100여만 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