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고성을 동반한 설전으로 청와대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처 등 청와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현안을 높고 거친 공방전을 벌였다. 야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강행과 인사 검증 문제를 제기하며 압박했고 각종 경제지표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도 거론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보 폭망론’에 선을 그으며 대내외적 경제 상황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확장적 재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자녀 입시 의혹 수사도 촉구했다.
여당의 날 선 공세와 청와대 참모들의 적극적인 반박에 감정이 상한 야당은 막판에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문재인 정권을 보면 예의와 염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세 분 실장(노영민, 정의용, 김상조)의 말을 들으니 점점 확신을 갖게 된다.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평화와 힘 두 축을 가지고 간다고 한다. 우리도 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데, 국방비만 10조 늘린다고 해서 힘이 세전 것인가. 기본이 틀린 게 아닌가”라고 한 나 원내대표는 “북한은 공격용 미사일이고 우리는 요격용 방어용 미사일이다. 어떻게 두 가지 실험을 같이 보나”라고 반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절대무기인 핵 능력이 더 고도화되고 신종 미사일에 핵을 탑재하면 그것이 전부 핵무기가 되는데 안보가 더 튼튼해졌다는 것인가”재차 물었다. 이에 정 실장은 “자신 있다. 더 튼튼해졌다. 국방개혁 2.0을 통해 방위력을 현격히 개선했다. 월등히 개선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완전히 막을 수 있다고 보냐”고 물었고 정 실장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나 원내대표는 정 실장의 답변에 “국가안보실장께서 이정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외교 안보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정 실장은 “내가 이렇게 말씀드려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어거지로 우기지 말라”고 일갈했고 정 실장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냐”며 맞받아쳤다. 정 실장은 “뭐가 어거지냐? 정확하게 말해달라”며 “그럼 내가 우리 안보가 불안하다고 말씀드려야 하냐”고 되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10조 늘렸다고 해서 현재 우리 미사일 체계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냐. 모든 전문가들이 나와서 미사일 우리 미사일 체계로 막을 수 없다고 한다”고 “(북한의) 지금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돼 오늘은 3분 간격으로 줄었다고 하지 않냐. 그렇게 우기지 좀 말라”고 지적했다.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우기다가 뭐냐. 내가 증인이다. 피감기관은 사람도 아닌가. 말조심하라. 똑바로 해라”라며 고성으로 항의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런 청와대는 처음”이라고 발끈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너 이름이 뭐야. 강기정은 국회 밥 좀 먹었다고... 이런 싸가지 없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오신환 바른미리당 원내대표는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말하지 말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인영 운영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고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퇴장했다. 한 시간여 지나 자정이 임박해 여야 의원들이 장내로 돌아오자 이인영 위원장은 차수를 변경해 2일 새벽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회의가 시작되자 강 수석은 “본인의 발언으로 정상적 회의 진행에 지장을 초래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고 정 의원은 “소통의 중심에 있는 정무수석이 국회를 모독하는 일이 벌어져 유감스럽다. 야당 원내대표가 질의하는 데 그런 태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원장은 청와대가 야당 의원들을 경시하는 태도를 엄중히 경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