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기도운동은 올해도 역동성이 넘쳤다. 성경 속 다니엘을 자신에게 투영시킨 듯 성도들의 기도엔 철저한 회개와 응답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올해로 22년째 이어지고 있는 21일간의 기도축제는 세계 120여개 나라, 100여개 교단, 1만2628개(11월 1일 정오 기준) 교회, 성도 40만여명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열방과 함께하는 2019 다니엘기도회’ 첫날인 1일,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는 기도회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예배당 입장을 위해 줄지어 선 성도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한편에선 청현재이 캘리그라피문화선교회 회원들이 성도들 마다 가슴에 품은 성경 구절을 한 편의 작품으로 제작해 전달했다.
다니엘기도회 때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21일을 참석했다는 윤명자(73) 권사는 잠언 16장 9절을 택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이심을 고백하는 구절이다. 윤 권사는 “기도의 자리에 서면 하나님 말씀에 온전하게 순종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늘 회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니엘기도회는 입으로만 외치는데 머물렀던 기도제목들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걸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기도회에선 21일 동안 국내 20개 지역과 북한‧해외 지역을 위한 연합기도가 진행된다. 첫날 지역은 경남이었다. 무대 앞 대형 스크린에 ‘10%에 불과한 지역의 복음화’ ‘지역민의 영혼을 미혹하는 무속 신앙과 이단 세력의 침투’ 등 경남지역을 위한 기도제목이 펼쳐지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여 기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워십이 이끄는 찬양은 예배당 2층부터 4층까지 4000석을 가득 채운 성도들을 고조시켰다. 21일 동안 온전한 기도를 바탕으로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길 간구하는 찬양이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한국교회를 위한 공동기도문 낭독이 진행된 후 다니엘기도회 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가 등단했다.
김 목사는 ‘영적 기념비를 세우라’를 주제로 21일 동안 이어질 강의의 첫 번째 막을 열었다. 그는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120명의 성도들이 자기의 사상과 이념을 내려놓고 마음을 같이하여 기도했을 때 임했던 성령의 역사들을 기억하자”고 권면했다. 그러면서 각자의 인생에 당면한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인지 반문했다. 김 목사는 “기도회 기간 동안 오로지 기도에 힘을 쏟는다면 성령께서 걸림돌을 해결해 줄 것”이라며 “이는 곧 BC와 AD처럼 각자의 인생에 분명한 영적‧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도회는 선포된 메시지를 마음에 품고 통성으로 기도하며 절정을 맞았다. 예배당은 목이 아닌 몸으로 기도하는 성도들로 들썩였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도를 토해내는 청년, 복도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을 쏟는 중년 남성, 부둥켜안고 서로의 기도제목을 목 놓아 외치는 엄마와 딸 등이 예배당을 기도의 열기로 가득 채웠다.
기도회 시작 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는 다니엘기도회의 새로운 비전도 소개됐다. 김 목사는 “다니엘기도회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면서 나눔과 구호에 대한 지향점을 발견했다”며 재난 긴급구호 기관 출범을 선언했다. 오륜교회는 다니엘프렌즈(가칭)란 이름으로 긴급구호 기관을 설립해 태풍, 산불, 지진 등 자연재해로 지역 교회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발빠르게 초기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최근 우리사회가 ‘조국 사태’ 국면을 맞으면서 운동성을 가진 기도모임과 집회가 정치화되는 것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김 목사는 “다니엘기도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정치적 색깔이 강한 단체로부터 협력을 제안받기도 하고 공동기도문에 정치적 주장을 반영해달라는 요청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니엘기도회는 진영논리를 떠나 오직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만 순수하게 기도한다”며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한국교회를 품고 사회에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1일까지 진행되는 기도회에는 박상원 아프리카 원주민 선교사, 헨리 오롬비 전 우간다 성공회 대주교, ‘교회오빠 이관희’의 저자 오은주 집사 등이 강사로 나선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