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과거 19만년 전부터 2만년 전까지 순차적인 화산 분출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백두산에서만 확인된 코멘다이트질 각력암이 백록담 인근에서 처음 발견됐다. 한라산 일대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4년간에 걸친 한라산 학술조사를 마치고 1일 한라수목원에서 ‘한라산천연보호구역 기초학술조사’ 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조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6년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라산의 지질·지형, 침식, 동·식물, 식생, 한라산 산정분화구 4곳의 고기후 연구 결과가 종합적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백록담 시추와 연대측정을 통해 한라산 백록담 주변에 있는 해발 1000m 이상 주요 오름들의 형성 시기를 확인했다. 그 결과 영실계곡은 6만7000년전에, 삼각봉은 10만년전, 아흔아홉골은 12만년전, Y계곡의 조면암은 19만년전에 생성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현재의 한라산이 19만년전부터 2만년전사이 순차적인 화산분출을 통해 오늘날의 형태를 갖게 된 것임을 의미한다. 한라산 고지대 중 가장 오래전 화산활동이 있었던 곳은 어리목 상수원(19만1000년전)으로 밝혀졌다. 가장 최근의 화산활동 흔적은 한라산 동릉에서 1만6000년 전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라산 백록담 남서쪽 모세왓(모래밭) 일대에서 코멘다이트로 분류되는 암석이 한라산에서 처음 확인되기도 했다. 코멘다이트(comendite)는 화산 폭발이후에 생기는 암석인데, 지금까지 한반도에서는 백두산에서만 확인됐다. 한라산의 분화과정과 마그마의 생성·흐름을 밝힐 중요한 자료다.
연구진은 또, 한라산 산정분화구 4곳의 퇴적층 연구를 통해 약 3000년전부터 현재까지 강우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다. 특히 1800년전에는 강수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퇴적층에서는 1만년 이내 비교적 젊은 화산활동의 흔적도 확인됐다. 산정분화구 퇴적층은 동아시아 기후 변화의 지시자로서 학술적 가치를 갖게 됐다.
연구진은 항공 촬영 등을 통해 한라산의 지형과 침식 현황을 정량화하고, 5개 탐방로의 훼손 여부를 등급으로 분류했다. 희귀 지의류인 송라가 한라산 관음사 코스에서 처음 확인됐고, 꼬마붉은열매지의가 한라산 윗세오름에서 처음 확인됐다. 지렁이 10종과 토양미소동물 1종, 지의류 등 43종의 미기록종을 발굴했다.
고길림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한라산의 식생, 동·식물, 지질, 고기후 등에 관한 정량화되고 수치화된 자료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한라산의 체계적인 보전 관리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이후 한라산 지질도 구축, 백록담 침식 정밀 모니터링, 한라산 지하 지질구조 조사 등의 다양한 후속 연구를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한라산은 1950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생물다양성 보전과 화산지대로서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생물권보전지역(2002), 세계자연유산(2007), 세계지질공원(2010)으로 지정됐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