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소방관·새신랑·자상한 사위… 독도 헬기 실종자 사연

입력 2019-11-01 17:04
1일 오후 경북 울릉군 사동항에서 전날 독도 인근에 추락한 소방헬기 탑승원들의 가족과 관계자들이 헬기를 타고 사고해역을 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독도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 탑승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졌다.

공군과 산림청을 거친 헬기 기장 A씨(46)는 부모와 처가 식구들에게 자상했던 자식이자 사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와 아이는 교육 문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A기장은 대구에서 혼자 살며 가끔 충남 천안에 있는 처가에 들러 하룻밤을 묵곤 했다고 한다.

A기장의 처남인 B씨는 “매형이 가끔 출장을 와서는 아파트 욕실에 물이 새는 걸 발견하고 해결 방법을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등 무척이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위의 실종 소식을 듣고 포항까지 내려온 장모는 넋을 놓은 채 눈물만 흘렸다.

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해경 고속 단정이 추락한 헬기를 수색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유일한 여성 탑승자인 구조대원 C씨(23)는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이 컸던 새내기였다. C대원의 외삼촌 D씨는 “1년 전에 소방관이 돼 중앙119구조단에서 일하게 됐다며 무척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C대원의 동료들은 “늘 활기차게 일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1일 독도 인근 바다에서 중앙특수구조단이 추락한 헬기를 수색하기 위해 잠수를 준비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소방헬기에 탑승했던 또 다른 구조대원 D씨(31)는 결혼한 지 5개월 된 새신랑이었다. 그는 7년 전 소방 공무원이 된 후 지금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조 현장을 누비는 성실한 구조대원이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그의 가족들은 꼭두새벽에 경북 포항에 도착한 뒤 울릉도를 거쳐 독도 인근 사고 해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오후 11시30분쯤 독도 인근 해상에서 환자를 후송 중이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 1대가 추락했다. 헬기에는 환자·보호자·소방구조대원 등 총 7명이 타고 있었다. 소방헬기 추락 14시간여만에 수색 당국은 1일 오후 2시40분쯤 헬기 위치를 파악했다. 1일 오후 3시30분쯤에는 추락한 헬기 동체 주변에서 실종자 1명이 발견됐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