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 휩쓸던 ASF 24일째 잠잠, ‘야생 멧돼지’가 고비

입력 2019-11-02 07:01
‘지나칠 정도’로 강력했던 대응이 효과
지난달 10일 확진 이후 24일째 ‘잠잠’
겨울 맞은 야생 멧돼지 이동 막는 게 관건


경기·인천 지역 돼지 사육농장을 휩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24일째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하면 발생 농장에서 타 지역으로 ‘수평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옅어졌다. 지나칠 정도의 살처분 조치를 비롯한 강력 대응이 1차 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조심스러운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변수가 남았다.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4대 요인 중 하나인 야생 멧돼지의 발병 사례는 나날이 늘고 있다. 이미 농장 발생 건수를 넘어선 상태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시기인 겨울철이 코앞이라는 상황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정부의 야생 멧돼지 방역대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느냐가 추가 확산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농장 기준으로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세가 멈췄다. 지난달 10일 경기 연천군 신서면의 돼지농장(4000마리)에서 14차 확진 사례가 나온 게 마지막이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3건 이상의 발병 사례가 나온 경기 파주시와 인천 강화군 내 사육돼지를 전량 살처분하며 확산을 막았다.

2건의 확진 사례가 나온 경기 김포시는 수매 또는 살처분하기로 했다. 경기 연천군은 발생 농장 2곳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 농가들을 수매·살처분 대상으로 올렸다. 강원도의 경우 철책선에서 남쪽으로 10㎞ 이내에 있는 농장이 수매·살처분 대상이다.

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수매는 완료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115개 농장에서 5만2961마리를 사들였다. 살처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245개 농장 37만1455마리가 대상인데, 아직 6만1185마리는 살처분을 완료하지 못했다. 경기 연천군과 강원도 지역 농장들의 처리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마지막 확진일부터 24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더 이상 농장과 농장 사이의 수평 전파를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4~19일 정도다. 농식품부가 3주라는 기간을 기준으로 방역대를 유지해 온 것도 이를 감안한 조치다. 해당 기간 동안 살처분 외에 차량 이동을 비롯한 각종 조치가 이뤄지면서 확산 차단에 일조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예측하기 힘든 변수로 야생 멧돼지가 남아 있다. 농장 발생 횟수와 달리 야생 멧돼지 발생 건수는 나날이 늘고 있다. 1일 기준 18건이 보고됐다.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강원 철원군의 3곳에서 집중적으로 발병하는 모양새다. 접경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

해당 지역 내의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남하하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번식기인 겨울철을 맞은 야생 멧돼지가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 있어서다. 환경부가 인천시와 강원 고성군을 잇는 46번 국도를 기점으로 삼아 방역대를 펼치고 중북부 지역에서 소탕 작전에 나선 것도 이를 감안했다.

결국 겨울철을 넘겨야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제대로 성공했다’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겨울철에 대비한 시설 보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