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 추행’ 몽골 헌재소장 풀어준 경찰

입력 2019-11-01 14:20
연합뉴스

몽골 헌법재판소장과 수행원이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성추행해 경찰에 붙잡혔지만, 면책특권을 주장해 석방됐다. 경찰은 몽골 헌재소장이 면책특권 대상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이들을 석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31일 오후 8시5분쯤 몽골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868편 여객기에서 오드바야르 도르지(52·Odbayar Dorj) 몽골 헌법재판소장과 40대 수행원이 기내 여승무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내에서 체포됐다.

오드바야르 도르지(52) 몽골 헌법재판소장의 모습. 뉴시스

당시 도르지 소장은 여객기 내에서 20대 여성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수행원 A씨(42)도 다른 여승무원의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했다.

현장에서 사법경찰 권한이 있는 기내 사무장이 도르지 소장 일행에게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인천공항경찰단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항공기가 도착한 이후인 당일 오후 9시40분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도르지 소장을 붙잡았다. 그러나 주한몽골대사관 직원들은 도르지 소장 일행이 외교관 면책특권 등을 규정한 ‘외교 관계에 관한 빈협약’의 적용 대상자라며 주장하며 석방을 요구했다.

‘외교 관계에 관한 빈협약’에는 해당 국가 공관 소속 외교관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경찰은 이들의 주장대로 도르지 소장 일행을 석방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도르지 소장이 한국 상주공관 소속이 아니라 빈협약 적용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국가원수에 준하는 인물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외교부 국제법규과 관계자는 “주재국에 파견된 외교관에 대해서만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것이 협약의 내용”이라며 “주한몽골대사관은 도르지 소장이 국가원수에 준하는 4부 요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해당 내용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르지 소장을 석방하기 전 외교부 등에 그가 면책특권 대상인지를 문의했지만 명확한 판단이 없어 석방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경찰단 관계자는 “이들의 신분이 명확하고 인천공항은 경유지이기 때문에 추후조사를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소장이 협약 대상 인물인지 등을 확인하고 조만간 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행은 총 5명으로 현재 도르시 소장은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 환승장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를 포함한 나머지 4명은 싱가포르로 이미 출국한 상태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