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연대)는 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중·고등학생 2871명을 대상으로 한 학생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응답자의 47.3%가 최근 1년간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나 공부의 어려움(74.6%), 진로나 미래에 대한 불안(63.3%), 학습으로 인한 휴식 시간의 부족(46.8%) 등으로 학교 생활이 힘든 주된 이유(복수 응답)로 들었다.
벌점제 등 학교규칙에 의한 규제(28.4%), 일방적 지시나 강요 등 권위적인 학교문화(20.8%)와 같이 통제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학생의 절반(50.8%)이 교사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를 꼽았다.
학교가 학생들의 인권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60.2%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여기는 응답자도 42%나 됐다.
최근 1년간 손발이나 도구에 의한 체벌을 받았다는 응답이 16.5%로 조사됐다. 앉았다 일어서기·오리걸음 등으로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는 응답이 24.4%였다. 여전히 체벌이 근절되지 않은 것이다.
연대는 학생인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로 드러난 학생들의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연대는 “2010년 경기도에서 첫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이후 9년이 지났지만, 전국 17개 시도 중 단 4개 지역에만 학생인권조례가 있다”며 “전국적으로 통일된 학생 인권 기준을 만들고 정기적인 학생 인권 실태조사와 학생인권기구 설치하는 내용의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연대는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생 위원 참여를 법제화하고 체벌 금지와 표현의 자유·사생활 보장이 담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권고 이행을 정부에 촉구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